1990년, 일본 문화계는 18세의 미녀 바이올리니스트가 전해온 낭보로 출렁거렸다. 긴 생머리와 크고 맑은 눈이 인상적인 줄리어드음대 유학생이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정상을 정복한 것.
스와나이 아키코(30). 일본이 자랑하는 바이올린 스타인 그가 처음 한국무대를 찾는다. 프랑스 지휘자 장 클로드 카자드쉬가 지휘하는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를 협연한다. 14일 오후 7시반 KBS홀, 15일 같은 시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90년대 중반 이후 네 장의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지만 스와나이라는 이름은 유독 한국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 장영주로 대표되는 현악명가의 자존심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그의 명성에 과대포장의 혐의를 두는 뒷공론도 무성했기 때문. 특히 90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입상은 일본의 세계적 악기사가 주도한 치밀한 작전의 결과라는 분석은 그 뒤 조금씩 빛을 잃어가는 이 콩쿠르의 신뢰성과 맞물리며 제법 설득력있는 설명으로 들렸다.
그가 내놓은 드보르자크,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 음반들도 우리 음악팬들에게 냉랭한 반응을 받기는 마찬가지. 몰개성하다 표정없는 인형같다는 타박을 맞기 일쑤였다. 우리의 평가와 상관없이 최근 그는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순회연주에 동행하고 샤를 뒤트와,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정명훈 등 1급 지휘자들과 연속 협연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사족. 그와 함께 유학생활을 한 연주자들은 그가 한때 일국의 왕세자빈으로 강력하게 거론됐으며, 이는 공공연한 비밀 이라고 말한다. 최종 낙점되지 못한 이유는, 대기업 경영자인 부친에게 반항한 끝에 가출했던 전력 때문이라나. 1만5만원. 02-781-2242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