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점유 1위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세계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점유 1위인 노키아가 디지털 시장의 패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23일자)에서 MS가 차세대 휴대전화로 꼽히는 스마트폰 분야에 진출하면서 세계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은 판도를 예측할 수 없는 전쟁터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든 가정, 모든 책상마다 개인용 컴퓨터(PC) 1대씩을 기치로 성장해왔던 MS는 PC 판매 성장세가 둔화되자 모든 소비자 주머니마다 PC 1대씩으로 기치를 바꾸고 있는 중. MS는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작은 컴퓨터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래서 주머니 안에 넣을 수 있는 개인휴대단말기(PDA)에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를 제공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발상을 바꿨다.
이미 세계적으로 10억명의 주머니 안에 있는 휴대전화의 유용성에 주목한 것. 휴대전화에 컴퓨터의 기능을 결합하면 모든 소비자의 주머니 안에 컴퓨터를 넣는 것과 다름없다.
이처럼 휴대전화와 컴퓨터의 기능을 합친 전화가 스마트폰.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스마트폰은 2004년 PDA의 판매를 앞지르고 2006년에는 세계 시장에서 54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S는 지난달 유럽의 이동통신업체 오렌지와 손잡고 휴대전화용 윈도를 탑재한 단말기 SPV를 출시했다. 소비자들은 SPV로 통화는 물론 e메일 송수신, 컴퓨터 게임, 위치추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MS가 직접 단말기를 제작하는 것은 아니다. PC의 하드웨어 제조업체에 독점기술인 윈도를 판매, PC업체들은 성쇠를 거듭했지만 자사는 떼돈을 벌었던 전략을 그대로 쓰고 있다. 단말기는 다른 업체에 맡기고 휴대전화용 윈도만 제공하고 있는 것.
노키아는 이미 MS의 전략을 읽고 모토로라 지멘스 등과 함께 소프트웨어 컨소시엄을 구성, 심비언(Symbian)이라는 스마트폰용 운영체제를 개발해 출시했다. 심비언 참여 회사들에서 생산하는 단말기가 전체 시장의 80%에 이르는 만큼 MS에 비집고 들어올 틈을 내주지 않고 있다.
최근 MS는 세계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점유 3위인 삼성을 자사의 윈도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은 모든 기술을 면허 도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삼성은 심비언에도 참여, 양다리를 걸치고 있기 때문에 MS의 우군으로만 분류할 수 없다는 것.
MS는 거대 단말기 제조업체를 유인하는 데 실패하자 혈로를 뚫기 위해 중소 단말기 제조업체들과 이동통신업체들을 끌어들여 직접 소비자들에게 윈도 장착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센도라는 단말기 제조회사가 MS 진영으로 넘어갔으며 대만의 HTC도 MS와 손을 잡았으나 이들의 세는 미미한 상태.
MS가 정 안되면 막대한 자본력을 동원해 단말기 제조회사들을 통째로 사버리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고 이 주간지는 보도했다.
노키아의 지위가 확고한 것만은 아니다. MS의 윈도처럼 독점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오로지 신제품 개발과 브랜드 인지도를 통해 1위를 유지하고 있어 경쟁에 취약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에서의 MS와 노키아의 치열한 각축전과 후발주자들의 거센 도전은 결국 최종적인 승자로 소비자에게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홍은택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