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8일 국가정보원이 국회의원과 언론사 고위간부, 기자들의 전화 통화내용을 불법 도청해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관련 자료를 공개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은 이날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국정원 내부 고발자로부터 국정원 고위 간부에게 보고되는 도청자료 원본을 입수했다며 김대중() 정권에는 노풍(노무현 바람)이 불고 한나라당은 어수선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였던 3월에 정치권 핵심 인사들의 통화내용을 집중 도청함으로써 정치공작 자료로 활용해 왔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는 A4용지 27쪽(표지 2장 포함) 분량으로 자료1(5건)과 자료2(20건)로 나뉘어 있다.
김 총장은 자료1은 민주당 국민경선 당시 여권 내 정치인들간의 통화내용이며 자료2는 야당, 언론에 대한 정치사찰용 도청자료라고 주장했다.
이 자료에는 국회의원 24명 언론사 간부 2명 기자 8명 등 총 39명의 통화자 실명과 통화한 날짜, 통화내용이 간략하게 요약돼 있다.
자료에는 김원기(), 박지원() 특보에게 노무현() 경쟁력 우위 강조(3월11일) 이인제(), 광주 경선 관련 박상천()에게 지원 요청(3월13일) 하순봉(), 국면전환용으로 자민련과의 합당문제 추진(3월21일) 등 정국 현안과 관련된 주요 정치인들간의 대화 내용이 실려 있다.
또 김원웅(), 이회창() 총재에게 인적쇄신 요구 방침(3월11일) 김만제() 의원, 탈당 가능성 시인(3월20일) 등 정치인과 기자들간의 통화내용도 포함돼 있다. 자료에 이름이 등장한 기자들은 문건의 대화 내용이 맞다고 확인했으나 민주당 김원기 고문 등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1차로 공개한 것은 3월 도청분이지만 최근 도청한 자료도 입수한 게 있다. 추가공개 여부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김 대통령은 국정원의 불법 도청과 정치공작, 야당파괴, 언론 파괴에 대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신건() 국정원장과 도청 관련자들을 전원 해임파면하고 사법처리하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내국인의 경우 범죄수사를 목적으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감청을 실시하고 있을 뿐 불법도청은 일절 하고 있지 않으며 정치공작이나 정치개입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의혹 제기는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초조한 가운데 나온 전형적인 공작정치이자 흑색선전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또 도청 의혹이 있으면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는 게 우리 당의 기본 입장이며, 이미 국정원과 감사원 정보통신부와의 합동감사를 제안한 바 있다면서 한나라당은 헛소리만 할 게 아니라 우리 당이 제안한 대로 철저하게 조사를 하자고 밝혔다.
정연욱 이종훈 jyw11@donga.com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