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 민주화 운동가이자 반체제 인사의 대부로 불려 온 쉬원리(59)가 24일 감옥에서 풀려나 미국으로 망명했다. 주요 언론들은 이번 석방을 1997년 톈안먼사태 주동자 왕단()의 미국 망명 허용 이후 가장 중요한 반체제 인사 석방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인권운동단체 두이화()재단 대표인 존 캠은 이날 성명에서 B형 간염을 앓고 있는 쉬씨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어 중국 정부가 병 치료를 위해 가석방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쉬씨는 석방 직후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 24일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 미국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딸과 상봉했다. 그는 도착 직후 매우 감사하다고만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의 중국인권운동단체 두이화재단측은 그가 앞으로 미국에 머물면서 중국의 해외 반체제 활동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지난주 존 크래너 미 국무부 인권노동 담당 차관보를 단장으로 한 미국 대표단이 중국 정부에 그의 석방을 요청한 지 1주일 만에 나온 것이다. 두이화재단 대표 존 캠은 이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중국 정부의 희망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말해 미-중 관계가 앞으로 더 좋아질 것임을 시사했다. 미 인권단체와 정부 인사는 98년 쉬씨의 투옥 이후 줄곧 그의 석방을 요구해 왔다.
쉬씨는 수년간 중국 정부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1979년 반체제적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가 문제가 된 민주의 벽 사건으로 82년 반혁명활동죄로 처음 수감된 그는 지난 20년 중 16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98년 반체제 운동을 조직화해 중국 공산화 이후 최초의 야당인 중국민주당을 창당하면서부터. 당시 리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다당제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고 발표하면서 쉬씨는 그해 12월 다른 창당 주역인 왕유차이()와 친융민() 등과 함께 국가전복죄로 13년형을 선고받고 지금까지 수감돼 왔다. 그는 또 다른 민주의 벽 주동자로 투옥됐다가 97년 풀려나 미국으로 망명한 웨이징성()과는 공개적으로 노선 차이를 보여 왔다. 웨이씨가 국제사회에 압력을 넣어 중국 민주화를 이루자는 미국 내 주류 반체제 운동을 이끌고 있는 반면 쉬씨는 중국 본토 안에서의 민주운동을 주도해 왔다.
필립 리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쉬씨의 석방 직후 미국은 중국 정부가 쉬씨를 가석방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아무도 쉬씨의 석방을 중국 인권 상황이 진전된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적 비판을 면해 보려는 중국 정부의 미봉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곽민영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