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수배를 받자 미국으로 도피한 최성규(52)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에게 경찰청이 퇴직금을 지급하면서 소재 파악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수사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일단 퇴직금 지급 자체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입장. 그러나 최 전 과장이 수배중이었다는 점, 퇴직금을 신청해 지급받는 데까지 4개월이 걸려 소재 파악과 검거활동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를 소홀히 한 것은 수사기관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구과정최 전 과장이 처음 퇴직금을 청구한 것은 6월 20일. 아내 명의로 작성된 이 신청서는 신청인이 본인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반려됐다. 최 전 과장은 이 때문에 경기 남양주시에 살고 있는 가족으로부터 인감증명과 신청서, 은행 계좌 사본 등 관련서류를 우편으로 받아 직접 서류를 작성했으며 이 신청서는 국내 H택배 해외지점을 이용해 국내로 배달됐다.
택배 신청서에 기입된 주소는 3171.W.Olympic #159 LA CA 90006. 그러나 경찰 확인 결과 이 주소는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내 한 우체국 주소로, 310-739-1804로 기입된 전화번호도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8월 27일 자신이 근무하던 경찰청 특수수사과 정모 경정 앞으로 배달된 우편물은 다음날 담당 부서인 총무과로 전달됐으며 경찰은 이 사실을 수사를 담당한 검찰과 미국 법무부에 통보했다.
최 전 과장의 퇴직금 신청서 접수 사실은 담당직원-후생계장-총무과장을 거쳐 이팔호() 경찰청장에게 2, 3일 후 구두로 보고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우편물 도착 직후 검찰과 법무부, 로스앤젤레스주재관 등에 통보하고 관련 자료를 보내줬다고 청장에게 보고했다며 당시 이 청장으로부터 최 전 과장과 관련된 별다른 지시는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적법여부에 대한 질의를 거쳐 두 달여가 지난 지난달 18일 공단측에 퇴직금 지급을 청구했다.
수사의 허점검경이 이 과정에서 취한 조치는 우편물에 기입된 주소 확인과 미국 법무부에 관련 사실을 통보한 것뿐. 7월 인터폴 미국 중앙사무국에 의해 적색수배(Red Notice)대상으로 분류돼 있는 중요 범죄인에 대한 수사치고는 너무 허술한 자세다.
당시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H택배에 대한 탐문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국내에 있는 가족들이 관련 서류를 미국에 보내준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수신자(최 전 과장) 주소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등기 및 소포의 경우 우체국에서 배달 사고에 대비해 접수인 및 수취주소 등이 표기된 주소기표지를 작성해야 하며 이 기록이 우체국에 고스란히 남는다.
경찰은 최 전 과장이 미국에서 돈을 인출했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신용카드 또는 국내 은행 해외지점을 통해 돈을 인출했을 경우 인출 장소를 알 수 있어 소재 파악의 단서로 활용될 수 있다.
가족들이 최 전 과장과 빈번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음에도 감청 등 가족 주변 수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신청서 접수 후 퇴직금 지급이 늦어지자 가족들은 직접 작성해 보냈다는데 왜 안 주느냐며 수 차례 항의하기도 해 빈번한 연락이 있음을 입증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소재 파악에 대한 정밀 수사는 하지 않았다며 수사의 현실성, 인력 부족 등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진구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