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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원 '책상차지 암투'

Posted January. 08, 200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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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8대 의회가 7일 개원하면서 맘에 드는 책상을 차지하기 위한 상원의원들의 암투도 개시됐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7일 보도했다.

상원 100석의 책상 가운데 절반 이상이 1819년 34달러씩에 구입한 오래된 것(사진)들이지만, 의원들은 유명 선배들이 썼던 골동품 수준의 유서 깊은 책상을 서로 차지하려고 전통적으로 온갖 압력과 로비를 벌여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책상 서랍 안에 이름을 새기는 것이 100년 가까운 관례여서 새겨진 주인들의 이름만 봐도 대충 계보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의원들은 자신의 혈육이 쓰던 것이나 명성을 날린 의원들의 책상을 우선 고른다. 지난해 11월 상원에 입성한 엘리자베스 돌 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남편 밥 돌 전 의원의 책상을 물려받았다.

남북전쟁 직전의 혼란기인 1850년 중재안을 제출해 단결을 도모했던 위대한 3인 헨리 클레이(켄터키), 대니얼 웹스터(매사추세츠), 존 캘헌(사우스캐롤라이나)이 썼던 책상은 최고의 인기품목이다. 캘헌 책상은 해리 트루먼,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을 거쳤다.

일부 의원들은 특정 책상을 독점하려고 상원 결의안까지 제출한다. 74년과 95년, 99년 3차례에 걸쳐 책상 소유권을 보장하는 결의안이 채택된 바 있다. 74년 당시 노리스 코튼 의원(뉴햄프셔)은 자신이 쓰던 웹스터 책상을 다른 뉴햄프셔 출신 동료가 영원히 차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는 경쟁자였던 매사추세츠 출신 동료 의원 2명이 결석한 틈을 타 결의안을 내는 주도면밀함을 보인 결과 채택에 성공했다.

어니스트 홀링스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20년 넘게 캘헌 책상을 노리며 와신상담한 결과 책상을 손에 넣은 경우. 그는 캘헌 책상의 주인이던 러셀 롱(루이지애나) 전 의원에게 이봐 러스, 언젠가 우리가 뭘 교환할 수 있지 않겠나며 은밀한 거래를 제의한 결과 미국 의회 사상 최고령 정치인으로 50년 동안이나 캘헌 책상을 노려온 스트롬 서몬드 전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을 따돌리고 책상을 물려받는 데 성공했다.

반면 섹스 스캔들로 가장 문란한 행정부를 이끈 워런 하딩 전 대통령에 이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 하차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 쓰던 책상은 기피 대상으로 꼽힌다. 이들이 썼던 책상은 고령으로 지난해 자진 사임한 공화당 보수파 거물 제시 헬름스 전 의원(노스캐롤라이나)이 최근까지 사용했다.

상원과는 달리 하원은 특별히 자리가 정해지지 않아 책상도 주인이 따로 없다.



곽민영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