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세계적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한국이 국제통화기금 관리위기라는 재앙을 딛고 어떻게 다시 번영의 길로 들어섰는지를 쿨 코리아(Cool Korea)라는 특집으로 자세히 보도했다. 이 기사는 당시 진행 중이던 월드컵축구대회에서의 열기를 배경으로 한국을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소개하는 데 조금도 인색하지 않았다. MP3, 액정표시장치(LCD), 반도체에서의 세계적 성과를 거론하고 한국을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회(wired society)라고 말했다. 그러니 붉은 악마가 한국을 아시아의 자랑(Pride of Asia)이라고 한 것이나 이 경제 주간지가 한국을 아시아의 모델(Model of Asia)이라고 한 것이나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쿨 코리아. 다양한 세대의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이 말을 소개하면서 한국어로는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물어 본 일이 있다. 먼저 50대. 그들은 차가운 한국이라고 말한다. 쿨이라는 단어를 온도가 낮은, 열기가 사라진이라는 의미로 이해한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글쎄. 훌륭한 한국이라고 말한 40대는 본래의 의미에 상당히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 미흡하다. 30대는 멋있는 한국이라고 한다. 패션과 명품의 냄새가 풍기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글쎄, 이 정도면 하는데 돌연 1020세대가 한마디한다. 다 틀렸어요. 그것은 한국 짱이 맞아요. 이 표현의 차이. 그것은 세대간의 거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쿨 코리아에 관한 한 한국 짱이 더 적합하다.
1월 25일. 슬래머 웜의 공격을 받은 한국의 기간 인터넷망이 마비되고 말았다. 이제 거의 복구된 상태지만 아직도 부분적으로는 비정상적인 트래픽을 보이고 있어 놀란 가슴이 좀처럼 펴지지 않는다. 한 국가 전체의 인터넷망이 마비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러니 세계적인 IT 강국이 일 순간에 IT 수치국으로 전락하고 만 셈이다. 늘 접속하던 사이트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e메일, 사이버 주식거래, 인터넷 뱅킹, 전자상거래가 돌연 중단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겪고 보니 쿨 코리아를 다시 번역해야 할 것 같다. 한국 짱이 맞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차가운 한국이라는 표현도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으니까. 아니 지금은 오히려 차가운 한국이 더 나은 것 같다. 그러니 하는 말이다. 경륜의 50대, 힘내세요!
김 기 홍 객원논설위원산업연구원 디지털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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