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과열 현상=이달 초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대전 유성구 노은택지 2지구. 중개업소를 하는 김종옥씨(45)는 정부의 강경대책이 나오자 표면적인 거래는 잠시 뜸해졌다며 그렇다 해도 투기를 목적으로 한 외지인들의 전화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기자들은 이 지역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가 지난해 8월경 410만원에서 올해 500만원 이상으로 폭등했는데도 개의치 않는다는 설명.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외지 큰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투기꾼들의 예상대로 아파트 시세와 전세값의 폭등세는 이어지고 있다.
1월 대전지역 아파트 시세 상승률은 매매가와 전세가가 각각 6.65%와 6.19%로 같은 기간 경기도의 상승률(0.11%)에 비해 3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의 강남으로 불리는 서구 둔산동의 경우 한달 사이 20%가량 뜀박질하기도 했다.
둔산 샘머리아파트 32평형을 2001년에 8700만원에 분양받았다는 류모씨(38)는 대선 전 전세를 놓고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융자받아 유성구 노은지구 43평을 구입했는데 양쪽에서 3000만4000만원씩 시세 차익을 보았다고 말했다.
위치와 교통이 여의치 않아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던 대전의 아파트 1000여가구도 말끔히 청소됐다. 이른바 부동산 버블(거품)이 이 지역 전체를 덮고 있는 것.
서민들만 피해=그러나 제어판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터져나온 행정수도 이전 공약과 대선 이후 강공 일변도로 펼쳐지는 억제책 때문에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토지거래가 제한되면서 사실상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주민들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우선 내집 마련을 꿈꾸어 왔던 무주택자들은 급등한 전세가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대전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한 시민은 10년 동안 맞벌이로 고생했는데 한달 만에 껑충 뛰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뼈 빠지게 모으면 아파트값은 저만치 올라 있을 것이라며 한탄했다.
대전 전역을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한다는 방침이 나오자 동구와 중구 주택값은 10년 전에 비해 반토막인데 투기지역 지정이라니라며 분노하는 글도 올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충청권 11개 시군에서도 불만은 마찬가지.
충북의 대표적인 쌀농사 지역 가운데 한 곳인 충북 청원군 강외면 오송과 오창지역은 대선 직후 땅값이 20%가량 뜀박질했다.
평생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 온 송재호씨(70청원군 강외면)는 지금의 땅값 상승은 대선 이전의 오송단지 개발 탓이지 행정수도 때문은 아니다며 정부의 섣부른 대책으로 매매만 중단됐다고 말했다.
충남 연기군에 사는 임재춘씨(62)는 대학에 입학하는 자식의 등록금을 위해 땅마지기 좀 내놓았더니만 거래절차가 까다로워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호소했다.
넘치는 루머들=이전 후보지를 둘러싼 각종 루머가 난무하면서 민심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최근 대전 인근 계룡대에 있는 육해공군본부 자리로 정부청사가 이전하고 군 시설은 과천종합청사로 옮긴다는 소문이 나돌자 이 일대에 분양 중인 한 아파트 건설사는 가격상승을 노려 분양을 일시 중단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또 충남 공주시 장기면에서는 이곳이 79년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전 유력지로 검토된 점을 상기시키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부적으로 공주를 후보지로 생각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기진 장기우 doyoce@donga.com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