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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계철선

Posted February. 18, 200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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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2사단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부대 역사를 찾아보면 이렇게 나와 있다. 1917년 프랑스에서 창설. 1950년 7월 미 본토에서 한국으로 파병돼 53년 4월까지 전선()에 투입됐다가 1954년 8월 본국으로 귀환. 65년 7월 한국에 재배치돼 오늘에 이름. 미군의 사단단위 편제는 필요에 따라 편성(activate)됐다가 해체(deactivate)되기도 한다. 2사단의 경우에도 625전쟁 후 본국에서 한동안 해체되는 비운을 겪었지만 제1차 세계대전 이래 수많은 전투에 참가해 온 역전의 부대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부대 심벌인 인디언 헤드(Indian Head)로도 유명한 미 보병 2사단을 놓고 요즘 말들이 많다. 최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천명한 주한미군 재배치 구상의 핵심은 의정부 동두천 등 한강 이북에 집중 배치된 2사단을 후방으로 돌리는 것이라는 등의 분석이 분분한 것. 만약 그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2사단의 인계철선(tripwire) 기능, 다시 말해 군사적 비상사태 발생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받기가 어렵게 된다는 게 일각의 우려다. 인계철선이란 크레모어 등 폭발물과 연결돼 건드리면 자동으로 터지게 돼 있는 철선을 뜻하는 군사용어다.

2사단이 후방으로 옮겨 간다고 해서 주한미군의 전쟁억지력이 약화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미상호방위조약상 미국은 2사단이 아니더라도 한반도 유사시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고, 군의 현대화에 따라 낡은 보병부대인 2사단의 재편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인계철선 개념은 부동()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를 겪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예컨대 2011년까지 미군기지 및 훈련장을 전면 재조정하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이 시행되면 파주-문산지역의 모든 미군부대는 어차피 폐쇄될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2사단의 인계철선 역할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무엇보다 그것은 최근 여러 부문에서 삐걱거리는 듯한 한미관계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됐을 터이다. 촛불시위 등에서 나타났듯이 미국을 대하는 한국의 달라진 분위기와,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복잡미묘한 반응은 한미관계가 예전 같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럴 때 한반도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한다면 미국이 과연 예전처럼 발벗고 나서줄까 하는 걱정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반인들로서는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인계철선이라는 군사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배경이다.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