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밤 충남 천안시 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초등학생 축구선수 8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이 사고 발생의 한 원인인 것으로 밝혀져 대구지하철 참사의 교훈을 무색케 하고 있다.
발생=26일 오후 11시10분경 충남 천안시 성황동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서 불이 나 이곳에서 잠을 자던 이 학교 축구선수 주상혁군(126년) 등 8명이 숨지고 송우민군(126년) 등 16명과 코치 허모씨(35)가 부상했다. 중상자 6명은 서울 구로성심병원 등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불은 합숙소 건물과 가재도구 등을 태워 160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15분 만에 진화됐다. 경찰은 합숙소 주방의 냉장고 주변이 심하게 탄 것으로 미뤄 이 지점에서 합선으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숨진 학생은 주군을 비롯해 임태균(82년) 강민수(104년) 김민식(115년) 이장원(126년) 이건우(126년) 김바울(126년) 고원주군(115년) 등이다.
문제점=경찰조사 결과 이 합숙소는 그동안 화재에 대한 대비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1993년 10월 이 학교 축구부 동문들이 십시일반 호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이 합숙소는 콘크리트 벽돌조 단층 건물과 컨테이너 사무실로 이뤄졌다.
창문은 컨테이너와 냉장고 신발장 등으로 막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경찰은 화재로 생긴 유독가스가 빠져나가지 않아 대부분의 학생들이 잠든 상태에서 질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합숙소는 그동안 한번도 소방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천안소방서 관계자는 이 합숙소는 점검 대상(건축면적 400 이상)에 포함되지 않아 점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축구부 감독과 코치는 모두 외부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어린 학생들을 돌볼 수 있는 어른은 한 명도 없는 상태였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어린이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해 어른들이 할 말이 없다고 유감을 표명하고 대구지하철 참사의 경우 제도와 시설의 하자가 사고의 원인이었는데 이번에도 제도적 구조적 문제는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즉각 시정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지명훈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