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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노 대통령, 언론을 오해하고 있다

Posted March. 30, 200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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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을 왜 통제도 검증도 받지 않는 권력이라고 했는지 의아하다. 만약 선거와 같은 정치적 통제와 검증을 상정하고 한 말이라면 그것은 전제에 오류가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아래서 언론에 대한 통제와 검증은 당연히 독자 몫이다. 독자가 수용하지 않는 언론은 자연 도태되기 마련이다. 거기에 정치권력이 끼어들 틈은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언론에 권력의 오남용을 감시하는 역할을 부여한 것은 법과 제도 이전에 근대 시민사회 이후 확립된 민주적 이념과 원칙이다. 따라서 언론자유는 곧 자유민주적 정통성과 직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노 대통령이 (권력과 언론은) 각자 자기의 길을 가야 한다고 한 말은 맞다. 서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도 맞다. 그게 향후 권-언 관계 정립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호 오해가 있어선 건설적인 긴장관계라고 할 수 없다.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 없이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적대시하는 것은 국가적 혼란과 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긴장은 좋지만 증오가 개입되면 오류를 범하게 된다.

노 대통령이 나쁜 언론환경이나 언론의 시샘과 박해를 언급한 것에도 동의할 수 없다. 현 정권의 조속한 정착을 위해 언론 나름대로 보도와 논평에 신중을 기했는데 그런 식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당한 견제와 비판까지 호불호나 유불리를 따져 감정적인 시각에서 보는 것은 유감이다. 기자들을 대통령비서진과 만나 술 마시고 헛소리나 주고받는 대상으로 일반화해 말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정권은 나쁜 언론환경을 자초한 측면은 없는지 겸허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 헌정사에서 박해의 주체는 언론이 아니라 으레 정권이었음을 잊어서도 안 된다. 그게 언론이 항상 권력보다 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권이 진정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원한다면 언론에 대한 제약은 필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