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월드컵 축구 때 몇몇 국내 기업들은 경기장 VIP라운지에 외국 고객들을 초청해 고급 식사를 하면서 축구경기를 즐기도록 했다. 한국 기업의 접대가 보통 술집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비교해 신선한 모습이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업이 이렇게 영업과 관련해 지출한 비용은 접대비로 간주해 세금계산을 할 때 제외해 준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세금을 탈루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법 중 하나가 접대비를 부풀리는 것이다.
세계적 기업들도 접대비를 사용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가장 흔한 접대는 스포츠 관람이다. 미국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야구나 농구 경기를 보면서 접대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접대비용은 보통 1인당 100200달러 정도가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도 비싼 접대가 있다. 영국 기업이 프리미어리그 축구경기 접대를 하려면 1인당 700달러가 들고 윔블던테니스 결승 접대비는 1인당 6000달러까지 치솟는다. 영국 기업의 스포츠 행사를 이용한 접대비는 2000년 9억달러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영국의 경우 접대 방식 1위는 골프 라운딩이고 이어 경마 축구 문화예술행사 럭비 관람의 순이다.
한국에서는 기업의 접대문화가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됐다. 대부분의 접대가 술집에서 은밀히 이루어지고 부당한 방법으로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수단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기업의 접대가 수평적 동반자 관계인 데 비해 한국에서는 대기업과 하청업체의 관계처럼 상하관계가 뚜렷한 것이 보통이다. 음성적 거래도 적지 않아 기업이 경영위기에 처하면 오히려 접대비가 증가하는 경우가 흔하다. 몇 해 전 공중 분해된 S그룹 회장은 구속되기 직전 10개월간 35억2000만원을 기밀비와 접대비로 사용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한국 기업은 평균 100만원어치를 팔면 1900원을 접대비로 지출한다고 한다. 이렇게 사용되는 국내 기업들의 접대비는 연간 5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국세청이 술과 골프 접대에 들어간 비용을 접대비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직인수위가 접대비를 부패 문화의 하나로 규정했을 때 예상했던 일이다. 시민단체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기업들은 불만이 적지 않다. 접대비 인정이 줄어들면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가짜 영수증 같은 부작용이 생길 것이란 예측도 있다. 어차피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접대문화는 사라질 수 없는 필요악이다. 국가간에도 로비가 존재하는 세상이다. 투명성이 화두()가 된 시대에 걸맞게 건전한 접대문화가 자리잡도록 도와 주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김 상 영 논설위원
you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