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들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데다 미국 내 테러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더욱이 최근 강한 달러 정책을 사실상 폐기한 데 따른 후유증이 금융시장 전반에 먹구름을 몰아오고 있다.
활력 찾지 못하는 미 경제=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승전을 선언한 것은 이달 1일. 그러나 전쟁의 불확실성이 제거됐고 유가도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진 지난 20일 동안 미 경제는 기대와 달리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이지 못했다.
공급관리협회가 발표한 제조업지수는 여전히 위축신호를 보였고 물가는 오히려 떨어져 디플레 위기론이 더욱 무게를 얻었다. 19일(현지시간) 콘퍼런스 보드가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신뢰지수는 개선조짐을 보였지만 경기선행지수는 전달에 비해 고작 0.1%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지금보다도 앞날을 불투명하게 보는 것이다.
테러라는 불확실성=이라크전쟁 이후 이슬람 과격세력이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테러는 1, 2주 사이에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팔레스타인 등 중동과 아프리카의 미국인 시설에 집중됐다. 아직 미국 내 테러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자국내 테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테러의 불확실성이 전쟁의 불확실성을 대체한 셈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미 경제의 활력이 무뎌진 지금 미국 내 테러는 최고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민영(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달러가치 급락과 주가하락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이 즉각 영향을 받고 소비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릴린치 한국법인 이원기 전무도 금융시장은 물론 여행 공연 쇼핑 등 소비가 위축되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심리적으로 움츠러들 것이 뻔하다며 파장의 크기와 지속기간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 경제의 침체는 내수 침체 속에서 대미() 대중() 수출로 버티고 있는 한국경제에도 즉각 악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양날의 칼 강()달러 포기=지난주 말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의 약()달러 용인 발언은 달러 추가하락세의 물꼬를 터 달러는 20일 도쿄에서 유로당 1.1740달러까지 하락한 데 이어 속락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달러 포기는 디플레 위협을 맞아 미 제조업경기를 되살리려는 미 행정부의 고육지책. 그러나 투자자들이 환차손을 우려, 달러표시 자산을 대거 팔아치운다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19일 뉴욕증시는 3월24일 기술주의 폭락사태 이후 최대의 낙폭을 보여 이 같은 우려를 반영했다.
박래정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