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수사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경찰 스스로도 헷갈리기 때문이다.
경찰은 광주 518 기념식장 불법 시위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이 시위를 주도하거나 적극 가담한 41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지금까지 경찰에 자진 출두한 사람은 1명에 불과하다. 이는 수사 대상 학생들도 경찰의 수사에 응하기보다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분위기임을 입증하는 것.
수사가 이처럼 지지부진한 것은 청와대가 당초 엄중처벌 방침에서 후퇴해 관용의사를 밝히고 있는 데다 경찰 간부들의 수사의지도 약화된 탓이다.
오락가락하는 청와대=노무현() 대통령은 19일 한총련 소속 학생들의 광주 국립 518묘지 집단 시위와 관련해 자기 주장에 맞지 않는다고 사람을 모욕하고 타도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며 난동자에 대해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21일 518기념 행사추진위원회 간부 5명이 청와대를 방문한 이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노 대통령은 이들 간부들이 한총련 학생들의 선처를 요청하자 배석한 유인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여러 가지 정상을 참작해 융통성 있게 처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수석도 이번 사건은 당시 현장상황을 검토한 결과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우발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한총련 일부 지도부 등에 대해 관용적인 처분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수사=120여명으로 특별수사본부까지 설치한 경찰은 지금까지 채증 사진을 분석해 시위를 주도하거나 적극 가담한 117명 가운데 41명의 인적사항을 파악해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그러나 서모씨(20서울대 2년)만이 22일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을 뿐 나머지 수사 대상자들은 여전히 출석에 불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한총련 간부 2명에 대한 체포영장이 기각된 데다 위(청와대) 분위기가 처벌보다는 관용쪽으로 흐르면서 수사에 힘이 빠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념식장에 놓여있던 노 대통령의 화환 훼손사건도 아직까지 목격자조차 확보하지 못해 수사가 흐지부지 끝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향후 수사=전남지방경찰청은 23일 한총련 의장 정재욱씨(23연세대 총학생회장)와 광주전남지역총학생회연합(남총련) 의장 윤영일씨(25전남대 총학생회장) 등 2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재신청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또 출석요구서를 보낸 한총련 소속 대학생 20명과 전국공무원노조 14명, 대우캐리어 노동자 2명, 미군장갑차 여중생 범국민대책위원회 2명 등 41명이 출두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실행여부는 불투명하다.
정승호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