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아침식사(dogs breakfast), 프랑켄푸드(Frankenfood), 고민 아줌마(agony aunt). 영어깨나 한다는 사람도 뭔 말인지 아리송해질 단어들이다. 1일 미국서 새로 발매된 미리엄-웹스터 대학사전 11판에 수록된 이들 영어는 각각 잡동사니, 유전자변형식품, 고민거리를 쓰는 칼럼니스트를 뜻한다. 맥잡(McJob)을 하는 전직 닷커머(dot-commer)가 머리때리기(head-banger)를 들으며 긴목(longneck)을 사려고 죽은 대통령(dead president)을 세고 있다는 말은 전망 없는 저임금 노동을 하는 전직 인터넷산업 종사자가 하드록을 들으며 병맥주를 사려고 지폐를 센다는 뜻이란다.
말은 살아서 진화한다. 세태와 시류, 의식변화도 담아낸다. 말로 인류사를 기록하는 미국영어사전의 원조, 미리엄-웹스터 사전의 편찬자들은 매일 주요신문 잡지 책 등을 꼼꼼히 살펴 새로 쓰이는 말을 찾아내는 게 일이다. 10년에 한번씩 개정판을 내는데 올해는 1만개의 새 단어와 10만개의 새 의미가 추가됐다. 보통 신조어가 널리 쓰이기까지는 1020년이 걸리지만 속도가 생명인 인터넷 혁명은 인터넷 용어의 일상화에도 속도전을 일으켰다. 닷커머, 버블 등이 사전에 오르기까지는 5년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미리엄-웹스터는 여기 실리지 않은 것은 단어가 아니다고 할 만큼 자부심이 대단한 사전이다. 고유명사나 사람이름이 일반명사로 승격될 경우 당사자에겐 영광일 수도, 수치가 될 수도 있다. 프랑켄푸드는 공포소설에 등장하는 괴물 프랑켄슈타인에 음식이 덧붙은 말로, 보스턴 대학교수 폴 루이스가 1992년 영국 더 타임스에 처음 쓰면서 알려졌다. 맥잡은 미국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널드에 직업을 합성시켜 나온듯 하다. 맥도널드가 밝고 행복한 이미지로 전세계에 햄버거를 팔고 있지만 정작 종업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는 저숙련 노동자라는 것은 에릭 슐로셔의 책 패스트푸드 제국에도 잘 묘사돼 있다.
미리엄-웹스터는 아니지만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올해 나온 뉴 콜린스 영어사전에 부시즘(Bushism)이라는 단어를 선사했다. 그의 유명한 말실수를 일컫는 단어다. 정권교체(regime change), 불량국가(rogue nation) 등 부시 대통령이 잘 쓰는 호전적 단어도 함께 올랐다. 우리나라에서야 사전에 오를 리 없지만 영삼스럽다 대중스럽다에 이어 놈현스럽다도 인구에 회자되는 추세다.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는 더 두고 봐야 되겠지만.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