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북한 영변에서 멀지않은 영덕동에서 한 단계 진전된 핵실험 장소를 발견했다는 보도에 대해 1일 미 행정부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장 발견이라는 간단치 않은 문제가 한국 일본 중국 등 관련국 고위 당국자들이 모두 워싱턴에 와 있는 절묘한 시점에 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은 미국의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북한의 핵실험 장소 발견은 한국이 제공한 첩보를 CIA가 정보 수준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정보기관은 탈북자 등을 통해 영덕동에 핵과 관련된 시설이 있는 것 같다는 첩보를 입수했으며 올 2월 이를 미국에 제공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첩보위성 등을 이용해 해당지역을 정밀 추적해 오다 먼지구름을 발견하게 됐으며 나아가 이곳에 핵폭발 실험을 할 수 있는 고폭 실험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미국은 북한이 고폭 실험을 통해 지금까지 1, 2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던 양의 플루토늄으로 3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핵탄두의 규모도 0.51.5t으로 축소해 중장거리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은 북한이 올 2월 26일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한 이후 3월 말 폐연료봉 재처리에 착수해 현재까지 8000개의 폐연료봉 가운데 최소한 수백개를 이미 재처리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국 일본 등에 통보했다.
이는 북한이 플루토늄의 추가 생산으로 핵무기를 다량 생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미국은 사태를 대단히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장 발견이라는 악재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강화하는 데 유효적절하게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순택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