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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정가 '켈리 게이트' 강타

Posted July. 20, 200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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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국가를 순방 중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본국에서 날아온 한통의 비보() 때문에 정치적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영국 경찰은 18일 과다출혈로 사망한 국방부 자문역 데이비드 켈리 박사(59)가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19일 발표했다. 켈리 박사는 블레어 정부가 이라크전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이라크 정보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BBC 방송 보도의 정부 취재원으로 지목됐던 인물.

앞서 BBC 라디오는 5월 블레어 총리의 핵심측근인 앨러스테어 캠벨 공보수석보좌관이 지난해 9월 이라크 정보 보고서 작성시 이라크가 45분 이내에 생화학무기를 실전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삽입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블레어의 추락=켈리 박사 사망사건은 이라크전쟁의 승리로 고무돼 화려한 외출에 나선 블레어 총리의 뒤통수를 때렸다. 영국 내에서는 블레어 정부가 결국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게 아니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글렌다 잭슨 노동당 의원은 19일 블레어 총리는 중대 결심을 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수당의 던컨 스미스 당수는 블레어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여름 휴회 중인 의회를 소집하라고 요구했다.

블레어 총리는 19일 일본 하코네()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도 당신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느냐 켈리 박사의 죽음에 책임을 지고 사임할 생각은 없느냐는 직설적인 질문에 시달렸다.

이번 사건의 충격으로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0.5%나 출렁거렸고 파이낸셜 타임스 등 영국 일간지들은 캠벨 수석보좌관이 사퇴할지 모른다고 관측했다.

켈리 박사 자살동기=경찰은 켈리 박사의 시신 주변에서 칼 한 자루와 봉투가 열려 있는 진통제 코프락시몰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19일 그가 손목을 흉기(칼)로 그은 것 같다고 말했다.

켈리 박사는 15일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BBC 방송의 길리건 기자를 만난 적은 있지만 자신이 그 보도의 주요 취재원은 아니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자살 직전 켈리 박사를 인터뷰한 선데이 타임스는 20일자 기사에서 켈리 박사가 내가 정보원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청문회에서 켈리 박사는 의원들이 자신을 쓰레기(chaff)라고 부르거나 정부의 희생양(fall guy)으로 묘사한 데 대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영국 국방부가 BBC측에 보낸 문서에서 자신의 실명을 거론했음을 알고 배신감을 느꼈으며 노후연금 등을 받지 못하게 될 것도 우려했다고 선데이 타임스는 덧붙였다.

켈리 박사는 또 자살하기 수시간 전 미국의 한 기자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다수의 어두운 인물들이 게임을 펼치고 있다고 언급해 영국 정부 요원들로부터 은밀한 압박을 받고 있음을 토로했다.



박제균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