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오렌지 농장과 할리우드, 실리콘 밸리로 상징되는 황금의 주(golden state) 캘리포니아가 주 예산 382억달러 적자 및 주지사의 책임을 묻기 위한 주민 소환 투표(10월 7일) 등으로 혼란에 빠져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지역으로 통하는 캘리포니아에 어떻게 이런 부도 사태가 났을까.
BBC와 이코노미스트지 등은 캘리포니아의 첨단 정보기술(IT) 산업이 기울고 거품 경제가 붕괴되면서 빚어진 세수() 축소가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경제 위기를 방관한 정치가들, 그리고 파행 양상을 노출하기 시작한 캘리포니아의 직접민주주의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는 1911년 주민 발의에 의한 법률 제정, 의회가 정한 법률에 대한 주민 투표, 공직자에 대한 주민 소환 등 직접민주주의 법안들을 통과시켰지만 지금 그 운영은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는 19802000년 주민 발의가 626건 나와 123건이 투표에 부쳐졌다. 이전 70년 동안의 주민 투표보다 많은 수치. 88년에는 자동차 보험에 대해서만도 네 차례의 주민 투표를 치렀으며 로스앤젤레스시의 경우 2000년 한 해에만 43건의 법안이 투표에 부쳐졌다. 투표 때마다 엄청난 정보와 광고가 쏟아지며 유권자들은 현안을 잘 모르는 채 투표장으로 향하기도 했다. 특정 법안 발의가 있을 때마다 수백만달러의 돈이 들어가고 백만장자들이 이 과정을 조종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레이 데이비스 현 주지사에 대한 주민 소환 투표 결정도 그의 위법 사실에 대한 구체적 물증이 없이 주지사 자리를 노리는 백만장자 정치인인 대럴 아이사 공화당 하원의원의 재정 지원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LA타임스는 이번 소환 투표 결정 과정에는 뉴욕과 미주리주 등에서 온 정치꾼들이 소환 발의 서명자 1명을 확보할 때마다 1달러씩 받기로 하고 운동에 나섰다고 전했다.
투표를 한번씩 할 때마다 막대한 세금이 소요된다. 이번의 주지사 소환 투표를 위해서는 3000만달러가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주민 발의에 의한 법률 등으로 예산 70%가량의 용처가 확정돼 있으며 주정부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적다.
또 주민 발의에 의한 법률은 대부분 세금은 적게 내면서 주정부의 공공 지출은 많이 하게 하는 방향으로 제정되는 것이 문제라고 BBC는 전했다.
BBC는 캘리포니아의 진정한 문제는 주정부가 아니라 주민들에게 있는지도 모른다며 주민들은 적은 세금과 많은 공공지출이 반드시 재정 적자로 귀결된다는 점을 직시하고 이제 선택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기태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