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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무도, 이곳을 찾으면 여름이 즐겁다

Posted August. 06, 200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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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에서는 흔치 않은 나리 꽃. 그 나리 가운데서도 주황 빛깔 참나리가 지금 울릉도에는 지천으로 피어있다. 그 뿐일까. 홍합이면 의당 양식을 떠올리는 도시와 달리 어른 주먹만 한 자연산 홍합이 잠수부 손에 끌려 나와 뭍 구경을 한다. 오징어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도시에서는 금값 주고 사먹는 비실비실한 산 오징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도동항 좌판의 물통에서 헤엄치는 토박이 오징어를 물 밖으로 꺼내니 뿜어내는 물줄기가 소방 호스 것을 능가한다.

울릉도. 그 순수의 섬. 여기서는 인공의 어떤 것도 맥을 못 춘다. 모든 것이 본래의 자연에 더 가까운 탓이다. 사람 인심도 그렇다. 섬치고 인심 좋은 곳, 찾기 힘들다. 섬 인심은 물에 의해 좌우되기 마련. 물 풍부한 울릉도이다 보니 그 물만큼이나 인심도 좋다.

울릉도 행 한겨레 호를 타기 위해 찾은 묵호항(강원도 동해시). 강릉 떠나 묵호로 가는 동안 내내 길 아래로 내려다뵈는 해수욕장. 비치파라솔과 상점만 보인다. 상혼만 나돌 뿐 자연의 멋은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소란스러움뿐. 몇 바가지 물의 샤워 한 탕에 몇 천 원씩 내야 하는 짜증 연속의 해변 휴가. 선택이 없다고. 허나 그건 핑계다.

같은 시각 울릉도 동편의 내수전 해변. 절벽 아래 몽돌 해변에서는 십 수 명이 놀고 있다. 스노클링 혹은 파도타기를 하면서. 샤워는 공짜다. 내수전 계곡의 차고 맑은 물은 파이프를 통해 24시간 쉼 없이 쏟아진다. 하나 뿐인 노점의 물통 안에는 자연산 홍합이 가득 담겨 있다. 놀다가 심심하면 석쇠에 홍합을 굽는다. 소음도, 바가지 상혼도, 소란함도 없는 해변. 이것이 울릉도다.

울릉도의 순수함은 섬이라는 통제된 환경의 선물이다. 오가는 교통수단이 배 뿐이다 보니 섬 인구는 늘 일정하다. 덕분에 자연의 자정 능력이 인간의 오염을 극복해 균형이 유지된다. 이런 사실을 알던 모르던 이 여름 울릉도를 찾는 사람은 현명하다. 반도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순수한 자연을 예서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올해는 우리나라에 등대가 선지 꼭 100년이 되는 해. 인천 팔미도 등대(1903년)부터 독도 등대(1998년 유인 등대로 승격)까지 1세기 동안 유인() 등대만 49개가 섰다. 울릉도에도 2개 있는데 여객선이 들락거리는 도동항 옆 행남 등대와 정반대 편 천부 항 부근의 태하 등대(서면)가 그것.

이 등대가 요즘 울릉도 관광의 새로운 매력 포인트로 등장했다. 절벽 끝에 서있는 새하얀 등탑까지 천천히 걸어서 오르며 그 주변의 바다와 숲이 이루는 때 묻지 않은 섬의 풍광을 감상하는 생태 기행의 하나인 등대 트레킹이다.

도동항에서 오른 유람선. 배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섬을 일주(41km2시간 소요)한다. 통구미의 거북 바위, 낙조 포인트 남양 몽돌 해변, 주상절리 비파 산, 해안에 불쑥 솟은 투구 봉 등등.

황토 구미와 태하 등대 트레킹 코스인 바위 해안 지나 모퉁이를 돌면 대풍감()의 수직 절벽 바위 해안. 이어지는 현동 항, 그 왼편 바다의 구멍 바위 공암. 오른 편 해안을 보면 송곳 닮은 뾰족 봉 추산이 보인다. 그 추산 아래 절벽 위에 집 한 채가 보인다. 울릉도, 아니 우리나라 해안에서 전망이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너와집 펜션 추산 일가다.

바다에서 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안 도로(지방도 926번)를 자동차로 달리며 섬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껴보자. 해안도로는 40년 난공사에도 불구하고 뚫지 못한 일부 구간(섬목내수전 4.4km) 덕분에 일주를 달성치는 못했다. 그러나 그 풍광만큼은 국내 최고라 할 만하다. 국내 최고의 건설비(1m당 193만원)가 들어간 가장 비싼 도로인 점도 기억해야 한다. 울릉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신호등 달린 교차 통행 터널(3개)등 6개의 터널, 360도 이상 회전하는 나선식 고가도(수층 도로), 지나다 파도 맞는 물가 도로 등등은 육지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메이드 인 울릉도다.



조성하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