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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선 안 마셔요"

Posted August. 29, 2003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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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최근 시민들을 상대로 수돗물의 깨끗함과 안전함을 홍보하는 데 열중하고 있으나 정작 시 고위 공무원 중 상당수는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보 취재팀은 27, 28일 여론조사 전문면접원의 도움을 받아 이명박() 시장을 포함한 서울시 소속 3급 이상 고위 공무원 54명의 집에 전화를 걸어 가정에서 어떤 물을 마시는지 조사했다.

조사에 응한 응답자는 38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수돗물을 바로 마신다고 밝힌 가정은 단 두 집뿐이었다. 수돗물과 끓인 물을 함께 식수로 쓰는 가정은 세 집, 끓인 수돗물을 마시는 가정은 네 집이었다.

반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1개 가정이 정수기로 거른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수가 7개 가정으로 다음을 차지했으며 정수기로 거른 물을 다시 끓여서 마신다고 답한 가정도 한 곳 있었다.

수돗물을 마시는 집은 신동우 상수도 사업본부장, 박수환 상수도 연구소장 등 두 가정이었다. 두 사람은 서울시 수돗물 수질 관리 및 연구를 담당하는 총책임자다. 수돗물을 바로 마시는 이유로 신 본부장 집은 수돗물이 제일 믿을 만해서, 박 소장 집은 제일 맛있고 깨끗해서라고 답했다.

시장과 부시장 등 4명의 시장단 중에는 두 가정이 설문에 응해 이 시장 집은 수돗물과 끓인 수돗물을 함께 식수로 사용하는 반면 최재범 행정2부시장 가정은 정수기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최 부시장 집은 정수기에 걸러지면 물이 더 좋아질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이 시장 외에 김명희 보건환경연구원장과 장수길 시장비서실장 집에서 수돗물과 끓인 수돗물을 함께 식수로 쓰고 있었다.

수돗물을 아예 마시지 않는 가정들은 그 이유로 더러워서(11명) 화학약품 때문에 불안해서(6명) 불순물이나 찌꺼기가 보여서(4명) 등을 꼽았다.

한 간부의 가정은 수돗물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서 못 마시겠다고 밝혔고, 다른 간부의 가정은 수돗물의 수질을 믿고는 싶지만 뭔가 불순물이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며 수질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2001년 5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페트병에 담은 수돗물 130만병을 각종 회의 등에 공급했고, 지난달에는 아나운서 정은아씨를 상수도사업본부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등 수돗물 안전성에 대한 활발한 홍보활동을 벌였다.

또 시는 수도관이나 아파트 옥상 물탱크를 통해 수돗물이 오염될 것을 걱정하는 시민을 위해 공무원이 신청자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수질을 점검해주고 물탱크 등을 청소해주는 수돗물 품질관리제를 실시하고 있다.

한편 신동우 상수도사업 본부장은 간부들이 수돗물은 믿지만 아파트 수도관이나 물탱크 등에서 물이 오염될까봐 걱정하는 심리가 응답에 반영된 것 같다며 서울시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수돗물 품질 관리제를 이용해 가정의 수돗물 상태를 점검토록 권하고, 깨끗한 수돗물은 바로 마셔도 된다는 점을 집중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완배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