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임진왜란(15921598). 함경도까지 조선 반도가 왜군에 유린당해 왕(선조)도 피란길에 올라야 했던 이 전쟁. 그 역사를 뒤적이다 여태 간과했던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전쟁의 영웅 가운데는 젊은 나이에 목숨을 바친 이가 많다는 것이다.
행주대첩 한산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꼽히는 진주성대첩(1592년)의 지휘관으로 싸움 막바지에 전사한 진주 목사 김시민은 당시 38세, 이듬해 재공격으로 함락 당한 진주성에서 왜군 장수를 끌어안고 물로 뛰어든 의기 논개는 19세였다.
그 역사의 현장, 진주시. 거기서 지금 임진왜란때 숨진 수만명의 넋을 위로하는 축제가 한창이다. 진주 남강 유등()축제다. 1일 개막되어 15일까지 이어진다.
진주성대첩에서 패한 왜군은 이듬해 12만 병력으로 재공격했다. 3400명의 관군이 지키던 진주성은 열하루 만에 함락됐고 성안의 7만 군관민은 내몰려 숨졌다. 계사순의()가 이것. 남강에 띄우는 유등은 이렇게 산화한 희생자를 위로하는 제의로 시작됐다.
진주의 상징 남강. 서에서 동으로 진주를 가로지르다 북동으로 방향을 틀어 낙동강에 흘러드는 이 강은 논개가 목숨을 던진 그 강이다. 또 진주성대첩에서 성안의 관군이 성밖에 진을 친 곽재우 장군의 의병과 연락을 취하기 위한 유등, 도강하는 왜군을 위협하기 위한 유등, 전투에 지친 군사가 성밖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한 유등을 띄운 곳도 바로 이 강이다.
중국 인도 싱가포르 대만 일본 등 불교권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유등축제. 그러나 국내에서는 진주가 유일하다. 올 축제는 진주시가 유등 축제를 국제적인 행사로 발전시키겠다는 야심 찬 계획 아래 치밀하게 준비해온 그간의 노력을 보여주는 첫 무대. 그래서 어느 해 보다 화려하고 다양하고 볼거리도 많다.
축제장에 가면 놀랄 일이 많다. 인물등 원앙등 장승등 도깨비등 백로등 북등 잉어등 주마()등 호랑이등 석등 천태종등. 다양한 모양의 등에 놀란다. 그뿐일까. 중국의 용등 봉황등 연꽃등, 일본의 다루마등 네부타등, 대만의 토템등, 태국의 왕실마차등, 인도의 가네쉬상등, 싱가포르의 머라이언(사자 머리에 물고기 몸통의 환상속 동물)등, 아프리카의 고대인물상등.
나라별로 제작한 세계등은 각양각색으로 한 밤의 남강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초대형 등도 있다. 하나는 진주성의 정문을 실제와 똑같은 크기로 만든 공북문등(높이 15m)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천단()등(높이 18m). 이 등은 세계 최고의 등축제인 중국 쓰촨()성 쩌꿍()시의 등무관리위원회 소속 기술자가 내한, 진주에서 직접 제작한 것이다. 총 173개나 되는 이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세계등은 축제 기간 내내 남강 둔치와 수면에서 화려한 불빛과 모양으로 진주의 밤을 장식한다.
조성하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