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으로 정국이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이번 사태가 초래된 원인과 책임 소재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노 대통령의 적절치 못한 언행 때문이라는 주장에서부터 거대 야당의 횡포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국론이 여러 갈래로 분열되는 양상이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대통령의 승부수라는 분석도 있지만 자칫 대통령 본인이 하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죽했으면 이런 상황이 왔겠느냐는 동정론도 들리지만 재신임을 얻더라도 국론이 통합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노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에 이어 대통령비서진과 내각 전원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가 대통령에 의해 반려됐다. 이 같은 파문이 국정 공백을 초래하고 국민 불안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내각이 국정 중심에 서서 책임지고 이끌어 달라고 주문했다. 국정 혼란기에 이것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책임총리 하에서도 내치()는 총리가 총괄하지만 국익을 우선시하는 외교안보 문제는 대통령이 중심이 되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 자신이 재신임 문제를 제기한 초유의 사태로 외치()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우리의 안보 현실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당장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해 지도력을 발휘해 국론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적절한 파병 규모, 파병지역, 비용 분담에 이르기까지 민감한 사안들로 가뜩이나 국론이 양분되고 있다.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워 이라크시찰단 재파견이 검토되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다루기 위한 제2차 6자회담이 순탄치 않아 국내에서는 북한 핵 재처리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군 재배치문제에 따른 용산기지 이전 협상도 지연되고 있다. 송두율씨 문제는 이념논쟁까지 불러일으키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한편 재신임을 묻는 방식으로 국민투표가 거론되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권에서 적절한 법률 정비를 통해 위헌적 소지를 없애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국민투표 시행 시기에 대해 내년 총선을 전후한 시점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신4당 체제에서는 합의를 이끌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기간은 주변 정세에 비춰볼 때 안보의 불확실성이 가장 고조될 수 있는 시점이다. 국가적으로 내우외환이 겹치게 되면 안보 불안은 가중될 수 있다. 갈등을 통합으로 이끄는 지혜가 절실하다.
안 인 해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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