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야구명장 기죽인 "40대 조조"

Posted October. 13, 2003 22:46   

中文

#야구의 신도 놀란 조범현 야구

김성근 전 LG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김응룡 삼성 감독으로부터 야구의 신이란 찬사를 들었다. 이런 김 전 감독도 12일 SK가 플레이오프에서 기아에 3연승을 거두자 내가 SK 감독이었다면 그만큼 해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같은 이유로 야구인들은 지난해 겨울 SK가 선동렬 삼성 코치를 사령탑으로 앉혔다면 이만큼 좋은 성적이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감독이 제일 열심히 공부해야죠

조범현 야구의 핵심은 사부 김 전 감독으로부터 전수받은 데이터 야구. SK가 포스트시즌에서 전력상 열세를 뒤엎고 삼성과 기아를 연파한 것은 바로 조직야구의 승리였다.

조 감독은 스미스가 나올 것이란 주위의 예상을 깨고 제구력 투수인 채병룡을 기아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내는 승부수를 던졌다. 반면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로 냈던 깜짝 카드 김영수는 아예 엔트리에서 빠졌다.

3차전에서 이진영을 2번, 김기태를 3번에 올린 것은 올 플레이오프의 진수. 조 감독은 경기 전 기아 선발인 리오스가 왼손타자의 몸쪽에 붙이는 공을 끔찍이도 선호한다. 몸쪽 공에 강한 왼손타자로 정공법을 펼치겠다고 말했고 그의 작전은 족집게처럼 적중했다.

삼성을 상대로 포스트시즌 사상 첫 트리플 플레이를 연출했고 기아전에선 역시 사상 처음인 김민재의 홈스틸이 나온 것도 조 감독의 순발력을 입증한 것.

#프로야구판에 불어 닥친 조범현 효과

이제 조 감독은 더 이상 무명이 아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어느새 다른 구단의 정책 결정에도 직간접의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됐다.

두산은 선 코치의 영입을 포기하고 조 감독의 78학번 동기이자 포수 출신인 김경문 코치를 감독으로 내부 승진시켰다. 롯데가 김용철 감독대행 체제를 접고 양상문 LG코치를 전격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 바로 조범현 효과다.

이제 조 감독은 한국시리즈라는 야구인생 최고의 무대를 앞두고 있다. 상대는 현역 최고의 승부사로 평가받고 있는 현대의 여우 김재박 감독. 앞선 두 팀과는 사뭇 무게가 다르다.

조 감독은 한 수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반짝 빛났다.



장환수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