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이라크 주둔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제2의 베트남전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최소한 한 가지 점에서는 두 전쟁을 비교할 만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지식인 사회의 사상적 분열의 역사가 그것.
유명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아틀라스는 뉴욕 타임스 19일자에 실린 기고문에서 베트남전을 계기로 오늘의 신보수주의(neocon)가 싹텄던 것처럼 이라크전을 통해서 신()네오콘(neo-neocon)이 생겨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요약.
신보수주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이라크전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면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해 주목을 받은 지식인 사조.
신네오콘도 신보수주의처럼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반전 운동이 사담 후세인 정권과 같은 불법 독재정권의 생존을 도왔다는 것. 이는 베트남전 당시 반전운동이 공산주의의 확산을 조장한다고 비난하며 신보수주의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신네오콘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이라크전을 지지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마이클 이그나티에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폭군 후세인을 몰아내 이라크 국민의 인권이 나아졌다는 이유만으로도 전쟁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정치사상가 마이클 월저는 911테러를 목격하고도 무간섭주의를 고수하는 반전운동을 비난한다.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불법적인 정권을 무너뜨리는 혁명으로서 미국의 전쟁에 찬성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후세인 정권의 교체는 찬성하지만 결코 부시 행정부를 지지하지는 않는다.
신네오콘은 전쟁을 지지한다는 측면에서는 보수주의와 일치하지만 진보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신보수주의와 같다. 스스로 진보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탄생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양쪽이 정확히 일치한다.
심지어 신보수주의와 신네오콘은 베트남전과 이라크전을 거치면서 형성되는 초기에 정치적 연합이 아닌 일종의 사상으로 여기길 바라는 것조차 닮았다.
박혜윤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