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돈웅 의원의 SK 비자금 100억원 수수에 대해 한나라당은 좀 더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한두 마디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사과조차도 가슴에 와 닿지가 않는다.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다는 것이 내용의 전부다. 이 정도 막중한 사안이라면 대변인보다 당 대표가 직접 나서 경위를 설명하고 재발 방지와 함께 정치개혁의 각오를 밝혔어야 했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보여준 행태는 구태 그 자체였다. 당사자는 끝까지 한 푼도 안 받았다고 버티고, 일부 의원은 그를 감싸고돌면서 검찰 소환에 불응하라고 부추기더니 급기야는 표적 수사라며 검찰을 항의 방문까지 했다. 석 달 전 대선자금 여야() 동시 공개 제의가 있었을 때도 선관위에 신고한 224억원 외에 더 밝힐 것이 없다고 큰소리를 친 것은 한나라당이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다수당으로서 도덕성을 회복하고 시대적 과제인 정치개혁을 앞장서서 끌고 가려면 고백성사를 해야 한다. 100억원의 용처는 물론 지난 대선자금의 전모까지도 밝혀야 한다. SK로부터 100억원을 받았으면 다른 기업들로부터는 또 얼마를 받았겠느냐는 것이 국민 일반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마침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정치자금 기부자 명단을 밝히는 것은 위법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했다.
한나라당이 고백성사를 한다고 해서 대통령 측근인 최도술씨의 11억원 수수 혐의를 둘러싼 온갖 의혹과 민주당의 대선자금 비리 의혹이 결코 가벼워질 수는 없다. 그것은 전혀 별개의 사안으로 검찰의 엄정한 수사가 계속돼야 한다. 한나라당은 수사가 미흡할 경우 국정조사나 특검까지도 동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려면 한나라당부터 털고 가야 한다.
야당의 무기는 도덕성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재신임 정국의 이전투구에서 벗어나 당도 살리고 정치개혁도 앞당길 수 있는 길이 뭔지 한나라당은 깊이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