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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장측 지분 우위 실질적 영향력 행사

Posted November. 09, 200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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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현정은 회장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현대그룹 경영권 장악을 둘러싼 분쟁이 일단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이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현대그룹의 맥을 이어 가겠다며 섭정 의지를 밝힌 만큼 현대그룹은 정 명예회장의 영향권 아래로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명예회장이 현 회장 체제를 조건부로 인정함에 따라 현 회장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정 명예회장이 곧 그동안 탐탁지 않게 여겨왔던 가신그룹의 청산수순을 밟게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은 정 명예회장측이 이번 입장표명을 통해 한 발 물러서자 당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명예회장, 지분우위 확보했나=KCC는 신한BNP파리바 사모펀드의 실제주인은 정 명예회장과 범 현대계열사의 오너들이라고 시인하면서 정 명예회장이 지분에서 앞섰다고 주장했다.

결국 정 명예회장은 KCC와 범 현대가를 동원한 지분매집을 통해 현대그룹을 정씨 일가의 영향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현 회장에게 명목상의 회장 자리를 남겨 줌으로써 분쟁의 봉합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정 명예회장과 범 현대계열사 오너들은 증권거래법상 현대엘리베이터의 특별관계인일 경우 지분이 5%를 넘고 1% 이상 지분변동이 생기면 공시를 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공시의무를 위반하면 5%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제한되고, 혐의가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금융감독위원회가 주식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다.

공동경영으로 가나=정 명예회장측도 이 같은 약점 때문에 직접적인 지분 대결보다는 공동경영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정 명예회장측은 펀드 명의로 돼 있는 주식을 본인과 우호세력에 매각해 떳떳하게 지분행사를 하고 싶겠지만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이것도 쉽지 않다. 또 비밀리에 지분을 확보해 조카며느리의 경영권을 탈취했다는 세간의 비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양측의 공동경영으로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신그룹 청산이 불씨=그동안 양측의 갈등이 증폭된 것은 정 명예회장이 현 회장에게 가신그룹을 청산할 것을 요구했으나 현 회장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명예회장은 대북()사업을 주도해온 가신그룹이 현대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은 역할을 했다고 보고 매우 못마땅하게 여겨왔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의 영향력이 공고해지면 대대적인 경영진 물갈이와 인사 후폭풍도 점쳐지고 있다.

정 명예회장의 가신그룹 손보기가 현실화할 경우 기존 경영진과 정 명예회장 사이의 갈등은 또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두영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