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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열린 우리당 '진정한 여당' 되려면

[사설] 열린 우리당 '진정한 여당' 되려면

Posted November. 11, 200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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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어제 창당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집권한 지 1년도 안 돼 둘로 쪼개져 그중 한 쪽이 새 간판을 다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다. 더구나 분당과정을 거치면서 정치적 상처를 입은 데다 불법 대선자금 파문까지 겹쳐 앞날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우리당의 출범을 마냥 축하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당이 이 같은 우려를 극복하고 진정한 여당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당과의 차별화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러자면 낡은 정치의 썩은 뿌리를 끊어내겠다는 창당대회의 다짐을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 야당에 포위된 47석의 원내 절대 소수정당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여당의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불법 대선자금 의혹부터 말끔하게 털고 가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창당대회에 메시지를 보내 남의 흉은 키우고 자기의 허물은 덮고자 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정치자금의 모든 것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한 만큼 우리당이 먼저 자신의 허물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검찰 수사에 도움을 주면서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당은 이를 토대로 국민에게 한 새로운 정치의 약속을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지구당 폐지, 원내정당화, 정치자금 투명화, 상향식 공천, 지역구도 극복 등 정치개혁의 새로운 틀을 갖추는 데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기득권도 포기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세() 불리기에나 급급하면 신당의 의미는 퇴색되고 결국 총선용 급조 정당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의 입당 여부 등 대통령과 우리당의 관계도 빨리 정리하는 게 옳다. 우리당이 노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기반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마당에 계속 입당문제에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당당하지 못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