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불법 모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번 주부터 대기업 총수와 정치인, 대통령 측근들을 본격 소환할 것으로 알려져 이번 주가 수사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검찰은 기업과 정치권 수사에서 비교적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으나 이번 주부터는 불법 대선자금의 윤곽을 파악한다는 전략 아래 조사의 강도와 속도를 최대한 높이는 양동작전을 구사할 방침이다.
문효남()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23일 일단 이번 주는 기업 쪽에서 바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먼저 대기업 총수와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불법 대선자금 제공 단서가 포착된 일부 대기업의 고위 임원들은 조사 과정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며 공을 총수에게 떠넘겨 총수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같은 구도 아래 비자금 조성 및 불법 대선자금 제공 의혹과 관련해 출국금지된 구본무 LG 회장이 먼저 소환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주 한 차례 조사를 받았던 금호그룹 박삼구() 회장도 재소환 대상에 올라있으며, 계열사인 대한한공 사장이 지난 주 소환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도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도 횟수와 강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LG홈쇼핑 압수수색 이후 주가 폭락 등의 악영향 때문에 미뤘던 대기업 3, 4곳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번 주 중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수사기획관은 확보된 단서와 조사 받는 기업의 태도에 따라 수사 강도와 속도가 달라 질 수 있다고 말해 강경 기조 속에 탄력적으로 기업 수사를 진행할 뜻을 비쳤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 대한 수사도 강도 높게 병행될 전망이다. 기업이 제공한 불법 대선자금을 입금해 관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야의 차명계좌에 대한 추적 작업이 한층 강화된다.
또 한나라당이 제출한 대선 후원금 자료 중 일부가 누락된 것과 관련해 검찰은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 중앙당 후원회장이었던 나오연() 의원을 곧 소환할 방침이다. 한진그룹에서 후원금 5억원을 받은 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도 조만간 소환해 후원금 유용 의혹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대통령 측근 비리와 관련,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친구인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와 노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부산 창신섬유 회장을 다시 불러 자금 거래 과정에서 청탁과 불법이 있었는지를 추궁할 방침이다.
특히 야당에 의해 특검 대상자로 지목된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인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의 수상한 자금 거래에 대해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어 측근 비리 수사에서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훈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