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서 신들린 연기를 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김희애. 1주일에 6일씩 촬영을 강행군하고 있는 김희애는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선 엄마와 아내로서의 역할에서 과감히 손을 뗐다. 그리고 매일 밤 아이들을 일찍 재우고 자기 방에서 수험생처럼 대본 연습에 몰두한다고 한다. 주말에 TV를 보며 연기를 모니터할 때도 미묘한 감정이 드러나서인지 남편과 아이들을 내보낸 채 방에서 혼자 본다고 했다.
김희애는 최선을 다한 연기가 의도치 않았던 오버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극중 주인공인 영애는 10여 년 동안 가정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온 완벽한 주부. 결혼을 반대한 시아버지로부터 10년 됐으니 사표 써라는 등 갖은 핍박 속에서도 꿋꿋이 가정을 지켜왔다. 시댁식구들은 영애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무릎 꿇고 사죄한다. 김희애도 1996년 결혼한 뒤 아이를 키우는 등 주부생활에만 몰두해왔다. 그가 7년만에 연기생활로 돌아온 이유는 뭘까.
한 가지에 푹 빠지는 자신이 가끔 무서울 때가 있어요. 결혼 전에는 일에 빠졌고, 결혼 후에는 아이들 키우는 일에 푹 빠져 지냈어요. 그런데 너무 한 가지에 몰두하는 것이 나중에 상처로 남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나 말을 가슴에 묻고만 지내면 90% 암이 된다잖아요.
영애는 죽음을 앞두고 남편의 오랜 친구 지나(이승연)에 대해 처음엔 질투도 하지만, 나중엔 남편과 아이들을 인수인계할 것을 생각한다. 김희애는 실제 제가 시한부 인생을 통고받는다면 바로 까무라쳐 정신병원으로 옮겨져 폐인이 될 것이라며 나는 영애처럼 죽음 앞에 침착하지도 못할 뿐더러 나대신 남편을 뒷바라지 해줄 여자를 인정할 만큼 넉넉하지도 못하다고 말했다.
김희애는 극중 자주 거론되는 이혼에 대해 결혼 전에는 부부들이 툭하면 이혼하는 줄 알았지만, 막상 결혼해보니 결혼도 힘들지만 이혼은 더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사람 인연 끊는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희애는 아참, 고현정씨는 왜 이혼했대요? 뭔가 아는 거 없어요?라며 평범한 주부처럼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기자에게 물었다.
전승훈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