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의 415총선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시대적 요구, 정치적 압박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선택이겠지만 정치권 물갈이라는 여론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치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의미 있는 흐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이런 용퇴 분위기에서 한 발 비켜 서 있는 것 같다.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한 물갈이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고, 어제 전국구의원 한 명이 불출마선언을 하긴 했지만 정작 용퇴 대상으로 꼽힐 만한 인사들은 뒷짐을 지고 있거나 거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호남 중진의원들의 경우 집단 대응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지금 민주당이나 우리당 안에는 한나라당처럼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3선, 4선이 되고, 그 덕에 당내 요직을 두루 맡아 온 중진의원들이 없지 않다. 별다른 전문성이나 능력도 없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거나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지역 유권자의 몰표를 받아 내리 당선돼 오랜 세월 영화()를 누려온 셈이다.
특히 정치적 여당을 자임하는 우리당의 경우 기업 비자금 수수, 국방 비리, 도박 혐의 등 각종 비리의혹에 연루된 의원이 한두 명이 아니다. 이런 의원들이 과연 새로운 정치와 정치 개혁을 내걸고 출범한 우리당 창당정신에 맞는 인물들인가.
이 중 상당수는 나이나 선수(), 재판 중인 사안, 특정지역 출신임이 물갈이의 기준이 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의정활동에서 자질과 능력을 인정받은 중진도 있다. 그러나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자신의 정치활동 궤적을 냉철하게 돌아봐야 할 인물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이제 지역주의에 안주했던 3김 시대의 명함 정치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참신성을 갖춘 인물들이 정치의 주역이 돼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의 흐름을 읽고 여기에 대처할 줄 아는 세련된 선량들이 국회에 모여 토론하고 입법해야 한다. 이런 시대적 소명에 뒤지는 의원은 과감하게 기득권을 버리고 헌신하는 마음으로 후진에게 길을 터주는 게 옳다.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은 아름답다. 이를 모른다면 결국 유권자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