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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속 성폭행

Posted January. 18, 200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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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드라마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성폭력 장면이 남발되고 있다.

MBC 회전목마(연출 한희 유재혁토일 오후 755)는 11일 방송에서 은교(장서희)가 결혼식 전날 밤에 자신을 잊지 못하는 전 애인 우섭(김남진)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드라마는 성폭행 장면을 직접 묘사하지는 않았으나 겁에 질린 은교의 표정을 내세워 성폭행을 상징적으로 처리했다.

이 장면 뒤 은교는 이제 너한테 빚 없어. 죽어서도 다시는 너 안 보게 해줘라고 힘겹게 말한 뒤 떠난다. 은교는 그 충격으로 다음날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는다.

회전목마는 또 은교의 동생 진교(수애)를 동네 난봉꾼 인철이 성추행하려는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SBS 천국의 계단도 지난달 18일 방송에서 성폭행을 시도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정서(최지우)를 다른 남자에게 뺏길까봐 초조해하던 태화(신현준)가 정서의 옷을 강제로 벗기다가 완강한 저항에 막혀 그만둔 것. 이 드라마도 태화가 정서를 미치도록 사랑한 나머지 성폭력을 시도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같은 드라마 속 성폭행에 대해 시청자들은 엄격한 심의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랑이 성폭행의 면죄부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성폭행 장면이 나간 회전목마에 대해서는 시청률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오후 8시 가족 시간대에 성폭행이 나오다니 초등학생들이 볼까봐 걱정(LEESB1987), 성폭행은 범죄인데도 우섭의 성폭행은 격한 애정 표현으로 다뤄졌다(TOHELL).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사무국장은 재연 프로그램과 달리, 드라마에서는 성폭행을 범죄라고 표현하기보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저지르는 행위로 보이게 함으로써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회전목마의 조연출 최도훈 PD는 다소 지나치다는 비판을 수긍한다며 그 장면을 어떻게 찍을 것인지에 대해 많은 토의를 거쳐 상징적으로 처리해 수위를 낮췄다고 말했다.



조경복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