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센트럴 파크

Posted January. 25, 2004 23:34   

中文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모자를 눌러쓴 샐리가 하늘로 흩뿌리던 눈부신 낙엽을 기억하는가. 그 휘황한 단풍과 서정적인 풍광을 제공한 곳이 바로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다. 나홀로 집에 2에서 주인공 꼬마가 탐험한 널따란 공원도, 한나와 자매들 피셔 킹 고스트 버스터즈 월스트리트의 무대가 된 곳도 센트럴파크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이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를 열창한 것이 센트럴파크 야외 콘서트에서였다. 삭막한 마천루 숲과 높은 범죄율의 험한 도시 뉴욕이 문화도시의 풍모를 유지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센트럴파크는 19세기 중반 유럽의 공원에서 감명을 받은 뉴욕 부자들이 주정부에 제안해 조성된 미국 최초의 계획 공원이다. 언덕과 습지, 자갈 등으로 이루어져 주택지로 개발하기에 부적합한 땅 843에이커를 매입해 본격 공사에 들어갔다. 당시 그 땅에는 아일랜드에서 이민 온 돼지 사육농민과 독일의 농부, 그리고 흑인 1600여명이 살고 있었다. 그들을 이주시킨 후 비로소 첫 삽을 뜰 수 있었다. 유럽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미국에서 계획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센트럴파크의 역사는 미국의 역사를 닮았다.

그 연륜의 두께만큼 센트럴파크는 풍성하고 다채롭다. 뉴욕의 연인들은 해리와 샐리가 만났던 공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조깅과 낚시를 하며 여름에는 야외 콘서트를, 겨울에는 스케이팅을 즐긴다. 공원에서 야외 결혼식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21개나 되는 어린이 전용 공원과 동물원, 안데르센 동상 주변을 거닐며 산책을 한다. 150종의 나무는 일년 내내 각기 다른 자연을 선사하고, 275종의 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튼다. 150년 전 뉴욕의 부자들이 즐기던 마차로 하는 산책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용산에 있는 미군기지가 이전하고 그 자리에 공원이 조성될 것이라고 한다. 언덕도 습지도 아닌 고즈넉한 평지에, 게다가 산을 우러르고 강을 굽어보는 좋은 땅에 계획되는 공원이니 어찌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비할까. 그곳에 평화로운 서울의 정취가 집약돼 도시의 삭막함을 적시는 문화의 오아시스가 되었으면 한다.

박 성 희 객원논설위원이화여대 교수언론학 shpark1@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