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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사회진출 돕는 변호사 되는게 꿈이죠"

"장애인 사회진출 돕는 변호사 되는게 꿈이죠"

Posted February. 03, 2004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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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 그의 목소리는 밝고 힘찼다. 그가 시각장애인이 된 것은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칠 무렵. 다섯 살 때 녹내장을 앓은 후 시력이 서서히 약해지다가 열한 살이 되자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됐다.

그때의 고통이야 이루 말할 수 없죠. 갑작스레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이 대부분 경험한 고통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어차피 고민하고 아쉬워해 봤자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마음을 쏟기로 결심했죠.

일찍부터 맹학교를 다니며 장애인들을 접한 최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장애인들이 사회 진출할 때 겪는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공부는 쉽지 않았다. 낮에는 전맹을 위한 실업계 교육을 받아야 했기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는 밤에만 할 수 있었다. 점자교재도 턱없이 부족했고,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읽느라 남보다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렸다.

나중에는 컴퓨터로 교재를 스캔해 음성으로 듣고, 또 녹음해서 듣고. 온갖 방법을 다 썼습니다. 아버지가 퇴근 후 매일 책을 읽어주시기도 했죠.

그는 모든 것을 암산으로 해결해야 했고 입체도형은 점자로 표시가 어려워 수학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생각보다 수능 점수가 덜 나와(변환표준점수 367점)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그동안 힘들었지만 합격하고 보니 목표를 향해 매진할 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최씨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마음이 저리면서도 이를 숨기며 아들을 키워온 부모님이었다. 중소기업 회사원인 아버지 최병엽씨(54)와 어머니 박동희씨(50)는 아들에게 각고의 정성을 기울여야 했다. 어머니 박씨는 다행히 아들이 밝게 자라줘 고맙기만 하다며 최씨를 꼭 껴안았다.

하지만 변호사의 꿈을 이루기까지 최씨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험난하다. 서울대의 장애인 시설이 부족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남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

최씨는 고등학교 때도 왕복 2시간 거리의 학교를 혼자 통학하면서 스스로 생활하는 힘을 기르고자 노력해 왔다며 대학에 다니면서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학교 차원에서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배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대 안경환 학장은 장애에 대한 배려 차원이 아니라 수학능력이 있는 학생은 법이 정한 대로 함께 공부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여러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선발했다고 말했다.



전지원 po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