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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현장선 '명퇴 찬바람'

Posted February. 20, 2004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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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각종 정부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기업들은 앞다퉈 명예퇴직(명퇴)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사-정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협약을 통해 일자리 확대를 유도한다는 정부의 계획을 고용 주체인 개별 기업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 기업은 명퇴 유도=금융업은 카드 사태 이후 대규모 감원 바람에 시달리고 있다.

외환은행에 합병되는 외환카드는 직급에 상관없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명퇴 신청을 받고 있으며 비교적 상황이 낫다는 삼성카드도 삼성캐피탈과의 합병 이후 4년차 이상 모든 직원으로 명퇴 대상을 넓혔다.

금융권에서는 외환 LG 삼성카드 등 구조조정이 진행될 3개 카드사에서만 정규직 기준으로 2000명 안팎의 인력 감축이 실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은행 중에서는 국민은행이 지난달 450명을 퇴직시켰다. 이 가운데 일반 행원이 172명이나 포함됐다.

최근에는 고용이 안정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들도 상시() 명퇴를 실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작년 말 명퇴를 신청할 수 있는 연령제한을 기존 40세에서 만 35세 이상으로 낮췄다. 특히 35세 미만이라도 과장급 이상 직책을 맡고 있을 경우에는 명퇴 신청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해 30대 조기퇴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잘 나가는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KT는 작년 10월 무려 5500명을 대상으로 특별 명퇴를 실시했다.

유통업계 굴지의 기업인 현대백화점은 최근 대리급 이하 일반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 회사는 작년 12월에도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60여명이 직장을 그만뒀다.

30대 퇴직자 4명 중 한명이 명퇴=최근 명퇴의 특징은 연령과 직급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고용보험 동향에 따르면 30대 퇴직 근로자의 25.6%가 권고사직이나 회사 사정, 정년 등 비자발적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은행이 작년 말 1558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10개 업체 중 1곳만이 신규 채용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의 경우 인력이 과잉 상태라는 곳이 7.6%로 부족하다는 응답(6.3%)보다 오히려 많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을 독려하는 방식으로라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현실에서는 제대로 먹혀들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노동비용총액 가운데 사용자가 내야 하는 분담금 비중이 1985년 9.7%에서 2001년 29.6%로 3배나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제혜택 등으로 고용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앙대 홍기택(경제학) 교수는 사회적 합의도 중요하지만 고용이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업종을 명확히 선정해 육성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