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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절반의 성과' 내세울 때 아니다

[사설] 북핵 '절반의 성과' 내세울 때 아니다

Posted February. 29, 2004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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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6자회담이 핵무기 없는 한반도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선언적 수준의 의장성명을 내고 폐막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1차 회담 때와는 달리 북한 등 참가국들의 실무적인 자세가 돋보인 자리였다. 3차 회담 일정 및 워킹그룹 구성에 합의한 것도 일보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형식적인 협상 틀 이외에 구체 쟁점에서는 북-미간 이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과에 그쳤다고 본다.

이번 회담이 북핵 문제의 완전 해결을 향한 긴 여정의 출발점인 만큼 세부적인 대목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회담기간 내내 보여준 경직된 자세는 향후 전망을 우려케 한다. 김계관 북측 수석대표가 폐막식 후 기자회견에서도 부인한 고농축 우라늄(HEU)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재작년 10월 이후 2차 핵 위기의 직접 원인이 된 우라늄 핵개발 의혹에 대해 북한이 부인만 해서는 앞으로의 협상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북한 핵개발의 역사를 볼 때 평화적 핵 활동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북한의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 그 평화적 핵 활동이 5MW급 흑연감속로 등 영변 핵시설에 기반한 것이라면 바로 거기서부터 북한의 플루토늄 핵개발이 시작됐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국제사회의 철저한 검증을 통해 자신의 핵 활동이 평화적임을 먼저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이번 회담을 위해 3단계 해법을 마련하는 등 노력했지만 절반의 성과에 자족()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앞으로 협상에서 관건은 북한의 자세 변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미국 일본 중국 등 회담 참여국들과 더욱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