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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때려치우고 싶다"

Posted March. 19, 200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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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간밤에 폭음을 했다고 털어놨다. 또 인터뷰 내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농구 코트에 공정한 판정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입니다. 있는 것은 승패뿐이죠.

김 감독은 3차전 패배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가 제시하는 명백한 오심 사례는 두 가지. 4쿼터에서 LG 토마스가 공을 가진 채 엔드라인을 넘어섰는데 묵인한 점, 오리온스 레이저의 팁인슛을 실린더룰 위반이라며 인정하지 않은 점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가 모두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순간에 나와 오리온스에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점.

사태가 불거지자 유희형 한국농구연맹(KBL) 심판위원장은 특정 심판에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다. 판정에 깨끗이 승복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지켜본 많은 농구인이 오심을 인정했다.

왜 점잖은 팀은 계속 손해를 봐야 하나요. 올해가 처음이라도 억울할 판인데 2년 내리 당하고 있잖습니까.

오리온스는 지난해 TG삼보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도 결정적인 불이익을 당했다. 경기종료 1분을 남기고 76-73으로 앞섰다가 시계가 15초나 멈추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로 동점이 된 뒤 연장전에서 패한 것. 4차전까지 2승2패를 기록했던 오리온스는 5, 6차전을 내리 져 챔피언 타이틀 탈환의 꿈을 접었다. 절치부심 끝에 다시 맞은 플레이오프에서 또 비슷한 꼴을 당했으니 이대로 넘어가지는 않겠다는 게 김 감독의 말.

몰수게임 파문, 기록 만들어 주기 추태 등으로 유난히 시끄러웠던 올 프로농구. 플레이오프에 터진 이번 사태는 심판 자질의 문제점을 드러낸 또 하나의 악재.

모든 농구인이 최선의 경기를 펼치는 것만이 팬들에게 사죄하는 길입니다. 이대로 가면 농구는 공멸합니다. 팬들이 보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김 감독의 피곤한 표정에서 한국 프로농구의 현주소를 보는 듯했다.



이원홍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