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섭 초이, 희섭 초이.
2회말 1사 2루. 1m95, 110kg의 동양인 거인이 타석에 서자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프로 플레이어 스타디움이 생긴 이래 최다를 기록한 5만5315명의 관중은 일제히 빅 초이 최희섭(25)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상대는 플로리다 시절인 97년 월드시리즈 MVP이자 지난해 15승10패를 거둔 몬트리올 에이스 리반 에르난데스. 이적 후 첫 타석을 맞는 최희섭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초구는 바깥쪽 높은 직구. 주심의 손이 올라갔다. 다음은 몸쪽으로 바싹 붙는 체인지업. 3구째는 투심 패스트볼이 몸쪽을 파고들어 2스트라이크 1볼에 몰렸다. 4구째 몸쪽 체인지업은 자신의 왼쪽 무릎을 맞히는 파울볼. 5구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
최희섭이 침착하게 공을 골라내자 에르난데스는 주무기를 다시 꺼내들었다. 그러나 투심 패스트볼은 140km의 속도로 밋밋하게 몸쪽으로 들어왔고 최희섭은 이를 노려 우중간 담장을 총알같이 넘기는 선제 2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비거리 128m의 대형 홈런.
최희섭은 파울볼에 맞았던 왼쪽 다리를 절룩거리긴 했지만 홈 플레이트를 밟은 뒤 두 주먹을 입술에 붙였다가 양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는 새로운 홈런 세리모니로 기립박수에 화답했다.
최희섭이 7일 개막전 축포를 터뜨리며 플로리다의 새 영웅으로 떠올랐다. 최희섭은 이어 4회에는 홈런성 파울에 이은 삼진, 7회에는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2-2로 맞선 8회에는 1사 1,3루에서 2루수가 잡기 까다로운 땅볼 타구를 날려 결승타점의 주인공이 됐다. 계속된 2사 2루에서 1점을 더 보탠 플로리다가 4-3으로 승리.
한편 이날 애틀랜타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 뉴욕 메츠의 마쓰이 가즈오는 1회초 선두타자 홈런과 2루타 2개를 날리는 등 3타수 3안타 2볼넷 3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장환수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