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라크 치안 상황이 불안해지면서 이라크전쟁 종전 이후 이 지역 진출 확대를 적극 모색하던 국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외국 민간인이 이라크 내 무장단체에 의해 억류됐다 풀려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이라크에 진출한 일부 국내 기업들은 직원을 서둘러 철수시키는 등 긴급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기업들은 직원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수시 연락망 체계를 구축해 현지 상황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사업 철수 등 중대 결정을 내린 기업은 아직 없다.
지난달 2억2000만달러 규모의 이라크 재건공사를 수주한 현대건설은 현지 파견 직원들에게 긴급 안전지침을 내렸다.
김호영() 현대건설 부사장은 바그다드 내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직원 5명에게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특히 테러목표가 되고 있는 외국인들이 있는 곳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그러나 직원 철수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라크 사태가 내전으로 비화되지 않고 어느 정도 진정된다면 다음달 말이나 6월 초 재건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로는 처음으로 4일 이라크 바그다드에 1인 지사를 설립한 LG전자는 남태운 지사장을 바그다드에서 철수시켰다. 당초 예정됐던 이라크 재건박람회가 4월 말로 연기되자 6일 요르단의 암만으로 돌아갔던 남 지사장은 현지사정 악화로 바그다드로 들어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암만 주재원들을 통해 이라크 영업을 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당분간 이라크로의 출장을 자제토록 했다.
지난달 29일 자동차업계 최초로 바그다드에 전시판매장을 개장한 현대자동차는 이라크 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치안 불안 장기화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차는 바그다드 전시장을 중동 현지 거래선을 통해 운영하고 있어 이라크에 상주직원은 없는 상태. 두바이 본부의 17명이 이라크도 관장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바그다드 출장을 가급적 피하고 불가피할 경우 본사와 협의하도록 지시를 내려놓았다.
최근 중동지역 진출 확대를 모색하던 무역업계도 비상이다.
삼성물산과 대우인터내셔널은 중동 현지 직원들에게 출장 자제 권고를 내려놓고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긴급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효성은 이라크에서 영업하고 있던 직원 1명을 8일(한국시간) 귀국 조치했다. 또 화성기업과 우리물산 담당자 등 현지 영업을 위해 이라크에 있는 한국 기업인들은 바그다드 시내에 있는 호텔로 복귀한 뒤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한편 산업자원부는 KOTRA 바그다드 무역관 및 기업들과 비상연락을 취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도 이라크 진출 건설업체들과의 비상연락망을 가동 중이다.
김광현 허진석 kkh@donga.com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