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과학기술 입국' 획기적 비전을

Posted April. 21, 2004 22:14   

中文

삼성전자가 세계적 선진기업으로 올라서지 못했더라도 국부()가 현 수준에 이를 수 있었을까. 액정표시장치(LCD) 반도체 등에서 첨단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더라도 국민이 먹고살 것이 계속 생겼을까.

우리나라가 세계 1등 기술과 1등 상품을 몇 분야에서나마 갖게 된 것은 2030년 전 우수 인재들이 이공계에 많이 갔고 산학연() 현장에서 헌신해 온 데 결정적으로 힘입었다. 씨를 뿌려야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이치 그대로다.

문제는 미래에 희망을 걸 만큼 새로운 씨앗이 국내 과학기술 분야에 뿌려지지 않고 있다는 현실이다. 양적으로 턱없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우수 인재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과 과학기술 두뇌의 해외 유출이 심각하다. 기술 대기업들이 해외 인력 유치에 애쓰고 있지만 이는 국내의 과학기술 인재 육성이 위기에 처했음을 말해 준다.

과학기술 경쟁에서 패퇴하고는 나라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과학기술 입국()을 말뿐인 주변 어젠다(의제)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중심 어젠다로 격상시켜 행동계획을 내놓고 범국가적으로 실행에 옮겨지도록 해야 한다. 정치에 집중된 국가 어젠다를 경제와 과학기술쪽으로 옮기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특히 과학기술자 우대 환경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연구비와 장학금 증액만으로는 부족하다. 과학기술자들의 직업안정성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유효한 정책이 긴요하다. 또 과학기술 분야 지원에 있어서 시시콜콜 절차나 따지는 관료적 발상에서 벗어나 연구자들이 당당하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어제 과학의 날을 맞아 정부가 선포한 사이언스 코리아 운동(과학문화 운동)도 보다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