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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 대통령 경제인식과 경제 살리기

[사설] 노 대통령 경제인식과 경제 살리기

Posted May. 16, 2004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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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정당간, 노사간은 물론이고 정부 여당 안에서도 상반된 관점이 맞서 왔다. 시장 개혁 및 분배 개선 우선론과 시장 활성화 및 성장 촉진 선행론으로 대별된다. 목표는 똑같이 경제체력 회복과 이를 통한 당면과제 해결 및 성장잠재력 제고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달리하는 해법이 계속 충돌하면 정책의 우왕좌왕 현상이 반복돼 정책 표류와 경제난을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

또 경제 현실인식에 있어서 위기냐, 아니냐를 둘러싸고 감정적 공방까지 가세해 시장의 혼선이 커져 왔다. 진단부터 엇갈리면 유효한 처방에 대한 신속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걱정스러운 모습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직무에 복귀한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인식과 정책 방향 표명을 지대한 관심 속에서 지켜보았다. 그제 노 대통령의 담화 중에서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결코 방치하지 않을 것이며, 각별한 경각심으로 경제를 철저히 점검 관리하겠다는 다짐을 우선 환영한다. 그러나 이런 약속만으로 난마처럼 얽혀 구조화된 경제난제들을 쉽게 풀 수 있다면 위기론 자체가 발붙이지 못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노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일부 인식은 시장의 불안을 오히려 키울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을 관철시키려고 위기를 확대하는 측이 있다고 말했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와 국민 다수가 경제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기업 등이 위기를 의도적으로 조장한다고 의심하는 것은 정부와 민간의 현실인식 괴리를 입증할 뿐이다.

노 대통령은 또 정부 일각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경제계의 호소를 불신하는 듯한 자세도 보였다. 이는 일부 관료들이 위기론을 호들갑으로 몰아치는 것과 통한다. 이런 인식에 접하면서도 노 대통령이 강조한 착실한 위기관리를 시장이 충분히 신뢰할 수 있겠는가.

노 대통령은 계획에 따라 착실하게 성장잠재력을 키우겠다고 했지만, 당장 투자와 소비를 촉진할 여건 조성 없이는 경제를 회복시키기 어렵다. 그래서 노 대통령 스스로 경계한 무리한 정책을 개혁의 이름으로 남발해 기업과 시장을 불확실성 속으로 빠뜨려서는 안 된다. 그보다 기업의 사기를 살리고 경영 및 투자 애로를 걷어내 주는 지원정책이 앞서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 창출 등 당면과제와 새로운 성장동력 구축 등 장기과제를 함께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 지배구조의 인위적 수술 등을 겨냥한 듯한 노 대통령의 개혁 강조는 정부 여당 내의 이른바 개혁파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이에 따라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등의 입지가 더 좁아질 소지가 있다. 이러고도 정부 여당 내의 정책 이견과 중구난방의 주장에 대한 조정력이 제대로 발휘될지 의문이다. 경제의 잃어버린 1년이었던 지난해의 악화된 재판() 상황이 길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노 대통령의 1차적 역할은 역시 성장을 통해 분배의 선순환 구조도 형성되도록 정책 우선순위를 보다 실용적 현실적으로 설정하고, 정부 여당이 일관되게 이에 수렴하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정부와 기업 관계를 권력 대 권력으로 본다거나, 기업을 다스려야 할 대상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기업 견제가 아니라 최대한의 기업 지원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기업들이 더 많이 생기도록 도와야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인식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