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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쿠츠크 가스전사업 위기

Posted May. 19, 200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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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시베리아의 코빅타 가스전에서 파이프라인가스(PNG)를 중국을 거쳐 국내로 들여오려는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사업이 무산 위기를 맞았다.

러시아 정부가 바이칼호 남단의 앙가르스크중국 다칭()서해평택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예정 노선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8일 확인됐기 때문이다.

14일 러시아국영가스공사(가스프롬)가 주도한 시베리아 에너지 개발 회의에서는 앞으로 건설될 시베리아의 모든 가스관과 송유관을 하바로프스크극동 나홋카 노선으로 단일화하기로 결정했다.

가스프롬은 정부를 대신해 러시아 내 모든 에너지 개발사업 조정권한을 갖고 있어 이번 결정은 사실상 크렘린의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르쿠츠크 가스전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BP-TNK의 관계자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성만 있다면 나홋카로 가스관을 연결하는 방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러시아 중국이 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이르쿠츠크 가스전 사업이 백지화될 공산이 커진 것.

러시아는 코빅타 가스를 아예 국내 공급용으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과 중국에는 코빅타보다 북쪽에 있는 사하공화국의 차얀딘스코예 가스전을 대안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스전은 코빅타보다 150km나 멀어 가스관 건설비용과 기간이 더 늘어난다.

가스관 노선 변경은 최근 시베리아 송유관 노선이 나홋카로 향하는 극동라인으로 굳어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 당초 시베리아 가스관과 비슷한 노선으로 중국 쪽으로 건설될 예정이었던 송유관은 최근 일본의 집요한 설득으로 극동으로 방향을 틀었다. 송유관과 가스관을 나란히 건설하면 건설 경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송유관을 따라 가스관 노선도 바뀐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을 무릅쓰고 러시아가 송유관과 가스관을 극동으로 돌리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나홋카항을 통해 일본 및 미국 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데다 일본의 대규모 투자를 끌어들여 낙후된 극동지역을 개발할 수 있다. 향후 북시베리아의 가스전과 유전을 개발할 때 극동으로 연결하기도 쉽다. 장기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다.

중국은 당장 가스 공급이 급하지는 않기 때문에 문제는 한국이다. 에너지 도입 계획은 중장기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르쿠츠크 가스전 사업 백지화에 대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현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