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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초선의원

Posted May. 20, 200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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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치인은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됐을 때 자신을 정치로 이끈 5선 중진의원의 충고를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첫째, 정치하는 사람은 돈 욕심을 갖지 말라. 둘째, 국회의원에 만족하지 말고 더 큰 꿈을 가져라. 후배의원은 5선 선배의원의 이 같은 충고를 마음에 새기고 실천한 까닭인지 3선 의원, 장관을 거쳐 광역자치단체장을 하며 야권의 차기 대통령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29세에 하원의원에 당선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초선의원 시절 하원 생활에 크게 매력을 못 느꼈다. 공화당이 지배하던 하원에서 민주당 초선의원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의사당에서 가장 먼 쪽에 배치된 초선의원의 사무실은 신입생 줄(freshman row)이라고 불렸다. 그는 후일 초선의원 시절을 회고하며 나는 준비된 국회의원이 아니었다. 내가 국회의원이 됐을 때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실수를 수없이 저질렀다. 투표를 잘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케네디는 하원의원을 징검다리로 생각하며 꾸준히 준비해 1953년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1년 후 전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직업인이 상원의원이라는 말을 했다. 상원의원들은 선거자금 기부자들을 유혹하고 법안과 예산을 놓고 흥정하기에 바빴다. 케네디는 부패한 흥정을 멀리하고 더 높은 공직의 꿈을 키웠다. 케네디가 돈에 초연할 수 있었던 것은 막대한 재력을 지닌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의 도움 때문이기도 했다. 케네디는 돈 조심 하며 꿈을 키운 정치인의 성공신화다.

제17대 국회는 초선의원 비율이 63%로 역대 어느 국회보다도 많다. 열린우리당은 전체 당선자 152명 가운데 109명이 초선이다. 숫자가 많아서인지 기세도 드세다. 여당 초선의원들은 국회 연찬회에서 박관용 국회의장의 연설을 보이콧했다. 한 재선의원은 신병 군기를 잡는 군기반장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가 초선의원으로부터 두 번 다시 군기를 잡겠다고 하면 물어뜯어버리겠다는 공격을 당했다. 후배에게 정치인의 바른 자세에 관해 가르침을 주는 선배의원, 조용히 의정을 배우며 꿈을 가꾸는 초선의원이 많았으면 좋으련만. 선배는 모두 개혁 대상이 돼 가는가.

황 호 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