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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권 2기, 출발부터 이래서야

Posted May. 26, 2004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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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2, 출발부터 이 모양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 기각 후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 안정을 강조했다. 국정 운영의 안정적 관리자로서 민생, 경제 살리기 등 국정 과제에 매진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그런 다짐은 간 곳 없이 집권 2기의 출발부터 국정이 삐끗거리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끝나자마자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선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다 3개 부처의 개각이 예고되고도 새 장관 부임은 한 달 이상 미뤄지는 답답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곧 물러날 장관에 영()이 설 리 없다면 조직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탄핵 기각 후 산뜻한 출발을 바랐던 국민은 불안하고 실망스러울 뿐이다.

노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법과 원칙을 어겨가며 무리한 개각을 하려 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가 아닌가. 특히 차기 대권주자군 관리에 대한 노 대통령의 강한 집착은 자신이 줄곧 강조해온 당정() 분리 원칙과도 어긋난다. 노 대통령으로선 탄핵기각 이후 당정을 장악해야 한다는 조바심에서 일을 밀어붙이다 무리수를 낳고 그것이 결국 국정혼선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원내 과반수를 차지한 열린우리당의 모습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국정을 안정적으로 주도하기보다는 차기 대권과 연결된 권력투쟁이나 하고 있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국정의 우선순위를 놓고 민생이니 개혁이니 하며 다투고 있는 모습도 딱하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급한 나랏일이 어디 있는가.

정치는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노 대통령과 여권은 집권 2기의 출발점부터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데 대해 반성하고 국민에게 국정 안정의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국정이 안정돼야 경제도 살릴 수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