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라크 추가 파병을 최종 확정(18일)한 직후 발생한 김선일씨 피랍 사건은 한미동맹 재조정과 북한 핵 문제 같은 주요 외교 현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통해 한미동맹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노무현 대통령의 지난해 4월 2일 국정연설)는 입장을 줄곧 취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미동맹 강화(이라크 파병)가 한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한미관계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1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2차 실무그룹회의에서도 김씨 문제가 참가국간에 비공식 채널을 통해 잠시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가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번 납치 사건이 원만히 해결되고, 이번 파병이 한미동맹 강화와 고착 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의 진전으로까지 이어지는 것. 미 국무부는 18일 한국의 이라크 파병 확정에 대해 한국의 의미 있는 기여에 감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태도가 북핵 문제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다. 미국은 이라크 문제와 북핵 문제를 분리해 대응하려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을 돕는 효과가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경우 정부의 국내외적 입지가 더욱 협소해질 수 있다.
정부 일각에서 이라크 파병과 북핵 문제를 연계하는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큰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부형권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