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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은 없고 정치적 의도만 있나

Posted July. 14, 2004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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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을 어제 국회에 제출했다. 과거사 바로세우기 차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당장 야당 탄압 및 비판언론 재갈 물리기라고 반발하고 나서 나라 안이 다시 시끄러워질 조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온 나라는 수도 이전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수도 이전 반대론을 자신의 진퇴()와 연결시키고 특정 신문을 비난한 뒤 여권 전체가 이 문제를 국가정책에 대한 이성적 논의보다는 정치적 대결국면으로 몰아가는 양상이다. 지역, 계층,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반목과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친일 규명 문제가 또다시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친일 문제의 역사적 정리라는 명분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국정의 우선순위 측면에서 지금이 과연 이 문제로 논란을 벌여야 할 시기인지는 의문이다.

국민이 지금 정치권에 바라고 있는 것은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다. 여권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고, 대통령이 탄핵에서 복귀한 뒤 이를 수없이 다짐했다. 하지만 KAL기()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등 과거사 들추기로 정치싸움만 해 왔을 뿐 민생돌보기는 뒷전이었다.

집권측이 수도 이전 문제 등과 관련해 야당 및 특정신문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시점에 친일 규명 법 개정안이 제출됐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법 시행 전에 개정안을 낸 것도 석연찮다. 친일 규명작업에 정치적 정략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라가 이처럼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어서야 어떻게 국정이 안정되고 민생이 온전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