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의 84.7%가 정식 대본이 아닌 팩스나 쪽지로 된 대본을 받아 촬영현장에서 대사를 즉석 암기하는 어려움을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위원장 이경호)이 3월8일부터 한 달간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탤런트 지부 조합원 3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늦은 대본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 없다는 대답은 7.0%였으며 8.3%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탤런트들은 현대극의 경우 최소한 7일 전에, 사극의 경우 10일 전에 대본이 나와야 녹화나 촬영에 지장이 없다고 대부분 응답했다. 현대극 대본은 촬영 7일 전(36.5%), 5일 전(26.5%), 3일 전(16.9%)의 순으로 적정한 대본 발행일을 답했다. 사극은 촬영 10일 전(34.6%), 5일 전(32.6%), 7일 전(14.6%)의 순이었다.
한편 실력 있는 PD가 드라마 연출을 맡을 수 있는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진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56.1%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부정적 의견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는 PD의 드라마 연출 결정에 실력보다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지적이어서 주목된다.
탤런트 중 외주제작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49.5%였으며 없다는 응답자는 34.2%였다. 불이익의 형태로는 출연료 미지급 및 지연(68.5%)이 가장 많았으며 모르는 재연 전문배우나 신인배우들과의 촬영(56.4%), 야외촬영비 처리 미흡(39.6%), 열악한 작업환경(26.8%) 순이었다.
김기복 연기자노조 사무총장은 늦은 원고 집필 때문에 연기자들이 대사 암기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연습시간이 부족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우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