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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왕초보 경찰

Posted August. 09, 200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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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란 디미트리우스(여)가 쓴 사람 읽는 법(Reading People)은 미국의 장기 베스트셀러다. 법정에서 피고인을 위해 배심원을 선별하는 컨설턴트인 디미트리우스씨는 1992년 흑인 로드니 킹을 폭행한 백인 경찰관 사건(로스앤젤레스 폭동의 원인이 됨)과 부인 살해 혐의를 받은 축구선수 O J 심슨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무죄평결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디미트리우스씨에 따르면 사람들은 의식과 무의식의 창고에 각각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다. 무의식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나오는 판단이 바로 논리적으로 설명은 안 되지만 뭔가 이상해라는 직관이다.

인간의 여섯 번째 감각에 해당하는 직관능력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뛰어나다. 상황을 기민하게 파악하는 직관능력은 신속 적절한 대처능력으로 연결된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어린이가 거짓말을 할 때 할아버지와 아버지보다 더 잘 알아챈다. 여성은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의 심리상태를 빨리 파악하도록 사회화된다. 여성은 옷차림, 머리 스타일, 구두, 보석, 외모에 더 관심을 가지며 자란다. 어머니는 말 못하는 유아가 아파할 때 표정과 동작만을 보고 원인을 찾아내는 훈련을 거듭한다.

경찰관 살해범 이학만 검거 과정에서 49세 여성의 탁월한 위기 대처 능력에 비해 경찰은 왕초보였다. 여성은 흉기로 위협하는 범인을 안심시키며 국수와 과일을 대접했다. 범인이 호의를 느끼고 변명과 호소를 하기에 이르도록 한 과정이 놀랍도록 침착하다. 범인이 인터넷을 하는 동안에 청소기를 틀어 놓고 아들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신고하도록 한 대처능력은 탄복할 만하다. 허둥대며 할머니와 손자를 위험에 빠뜨린 것은 오히려 경찰이다.

여성과 유아가 인질로 잡혀 있는데 경찰은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하고 현관문을 두드려 범인을 당황하게 했다. 여성이 재빨리 목욕탕으로 피신하지 않았더라면 범인은 배신감에서 두 사람을 해치거나 인질극을 벌였을 수도 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범인의 심리상태를 읽으며 안심시키고, 기민하게 신고하고, 적절하게 대응한 여성에게서 경찰이 배울 점이 많다. 49세 여성의 여섯 번째 감각은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이론이다.

황 호 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