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빼앗긴 충격은 여전히 커 보였다.
24일 열린 2004 아테네 올림픽 체조 남자 종목별 결승 철봉에 출전한 양태영(사진)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5일 전 개인종합에서 오심 사태로 금메달을 날린 아픈 기억 때문이었을까.
그날 이후 처음으로 경기에 나선 양태영은 동료들과 악수를 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한쪽 구석에 있다 굳은 얼굴로 철봉에 올랐지만 8.675점을 기록해 10명 가운데 꼴찌를 했다.
연기 초반 발이 봉에 걸리는 실수를 했고 착지에서도 한 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자칫 쓰러질 뻔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실시된 인터뷰에서 양태영은 취재진에게 눈길 한번 마주치지 않은 채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체조장을 빠져나갔다. 이주형 코치에 따르면 어떤 말도 할 기분이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한편 이날 국제체조연맹(FIG) 브루노 그란디 회장은 (양태영과 폴 햄의) 공동 금메달 수상은 있을 수 없으며 판정 번복은 규정에 없는 일이다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미국체조협회 밥 코라로시 회장은 대한체조협회가 당시 현장에서 다음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바로 오심 정정을 요구하지 않았던 게 안타까운 대목이라면서 한국 체조의 수준이 향상되는 상황에서 일어나지 않아야 될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