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당한 간섭을 시도한다면 국민은행 주주들과 시장이 제 목소리를 낼 것이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29일 증권선물위원회의 국민은행 중징계 결정으로 본인의 행장 연임이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김 행장은 이날 경기 화성시에 있는 자신의 과수농장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정부가 은행장을 마음대로 앉힐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미국의 국제적인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증권선물위는 25일 국민은행과 국민카드의 합병 과정에서의 회계 처리 잘못을 이유로 국민은행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 김 행장에 대한 징계는 다음달 9일 열리는 금융감독위원회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다음은 김 행장과의 일문일답.
증선위 징계와 관련해 정부측과 접촉한 적이 있는가.
일절 대화가 없었다. 회계 처리 방식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것 아닌가. 미국에서는 문제 삼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에선 세무회계하고 재무회계가 다르니까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입맛에 맞는 은행장을 원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은 정부 마음대로 은행장을 앉힐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정부가 정말 그렇게 하겠는가? (정부가 부당한 간섭을 한다면) 시장과 주주들이 나름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외국인 주주들이 지분을 팔고 떠날 수 있다는 말인가.
국민은행 주식을 팔지, 정부에 어떤 형태의 압력을 넣을지는 투자자들이 결정할 문제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시장이 판단을 내릴 것이다. 최근 S&P가 (회계 처리를 둘러싼 최근 논란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LG카드 사태 때 국민은행이 정부에 밉보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벌이 경영을 하다가 잘못되면 응당 책임을 져야하는데 LG그룹은 난 모르겠다고 손을 놓았다. 그 상황에서 채권은행으로서 원칙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정부 요구를 다 들어주지 않았나.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다음달 9일 금감위 제재심의위의 결정이 나오기 전 까지는 얘기할 수 없다. 외국인 주주들과 투자자들한테도 지금으로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자칫 주주들과 시장에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위 예고대로 중징계가 결정될 경우 법적인 대응을 할 것인가.
(웃으며) 국민은행 실무자들이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뭐라 얘기할 때가 아니고, 계획도 없다. 나는 원칙을 지키며 살아왔다. 겪어보니 그게 이기는 길이다.
은행장 후계구도에 대한 평소 생각은 무엇인가.
국민은행 합병 후 2년 동안 합병작업을 마무리하는 데 매달려왔다. 3년째인 올해 들어 후계 문제가 제기됐다. 행장 선임은 이사회 고유 권한이나 내 나름의 생각은 있다. 후임자는 전임자와 경영철학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 생각이 달라 잘 안 된 은행 사례가 많다. 후임자 선정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결정돼야 한다. (지금처럼) 교체 시기가 임박한 상황에서 후보를 몇 사람 내 뽑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국민은행을 장기적으로 어떤 은행으로 키워나갈 계획인가.
지금까지처럼 옛 주택은행이 전문으로 했던 모기지론(장기주택담보대출) 부문과 옛 국민은행이 잘 했던 소매금융에 승부를 걸 것이다. 아시아 지역 대표 은행(regional bank)이 목표다. 해외 은행에 대한 투자도 계속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투자한 인도네시아 BII은행 지분의 평가수익률이 9개월 만에 70%에 이른다. 태국과 대만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이철용 김승진 lcy@donga.com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