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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모두에게 소중한 역사

Posted August. 29, 200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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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에 대해 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올림픽 덕분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배운 세계사 교과서가 서양사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온갖 신들의 이름과 그들이 상징하는 의미를 달달 외워 알고 있다. 로마제국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많고, 영국과 프랑스의 왕조와 혁명들에 대해서도 박식하다. 이에 비해 이웃 국가인 중국이나 일본의 고대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교과서가 서양 중심으로 치우쳐 있고, 우리가 속한 동양은 과소평가된 탓이다. 일종의 역사 왜곡이다.

역사는 만인에게 중요하다. 역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현재를 확인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는 역사적으로 만신창이였다. 날조와 왜곡은 예사였고, 심지어 역사가 창조되고 발명되기도 했다.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는 보편사가 아니라 특수한 이해관계가 개입된 역사가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누가 세계를 지배했는가에 따라 세계사의 중심이 변했고, 누가 국가권력을 쥐는가에 따라 국사의 중심이 변했던 사례가 허다하다. 그래서 역사는 만인에게 소중했음에도 왜곡의 유혹에 노출돼 왔다.

21세기 들어 동북아의 역학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왔다. 중국은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일본도 세계적 강대국으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자신감도 만만치 않고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적 경향도 강하다. 경제 영역에서는 협력과 통합을 외치면서도 영토와 역사에 대해서는 민족주의적 사고와 접근을 보인다. 우리도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떨치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 그 결과는 마찰과 긴장이다.

지금 동북아의 역사가 왜곡의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고구려사 문제를 놓고 한중관계에 마찰음이 일고, 동해와 독도에 관한 교과서 기술 문제로 한일관계도 긴장이 높다. 협력과 통합의 시대에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같은 증거를 앞에 놓고서도 왜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흔한지를 규명하는 것도 역사가의 과제다. 학술적 과제는 학계에 맡기고 분쟁과 마찰은 대화를 통해 해소하는 것이 최선이다. 마찰과 긴장 때문에 더더욱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메시지가 무게를 지닌다.

이 수 훈 객원논설위원경남대 교수

leesh@kyungnam.ac.kr